왕회장 10주기 전 현대家 앙금 푸나

왕회장 10주기 전 현대家 앙금 푸나

입력 2011-02-23 00:00
수정 2011-02-23 00: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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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그룹이 현대자동차그룹과의 현대건설 인수 경쟁에서 제기했던 가처분 소송을 취하하기로 하는 등 시아주버니인 정몽구(왼쪽·73) 현대자동차그룹 회장과 제수씨인 현정은(오른쪽·56) 현대그룹 회장 사이에 화해 무드가 무르익고 있다.

지난해 9월 현대차의 현대건설 인수 선언으로 불거진 5개월간의 해묵은 갈등이 다음 달 21일 고 정주영 명예회장의 10주기 이전에 풀릴 것으로 보인다.

22일 재계에 따르면 이 같은 화해설은 현대차에서 처음 흘러나왔다. 정 회장이 제수씨인 현 회장과의 화해를 원하고 있다는 것이었다. 정 회장은 그동안 극심한 마음고생을 해 왔고, 어떻게든 쌓인 앙금을 풀어야 한다는 생각을 굳힌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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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현대그룹은 이날 “범현대가의 화합과 협력이 필요하다는 것은 현대그룹의 일관된 입장”이라며 “정 회장의 화해 협력 제안에 공감한다.”고 화답했다. 여기에는 인수전에서는 치열히 경쟁했지만 ‘기업은 기업이고, 가족은 가족’이라는 현 회장의 ‘가족 우선적인 사고’가 크게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그룹 고위 관계자는 “우선 대법원에 재항고하려던 계획을 취소하겠다.”면서 “채권단과 현대차 간 본계약 교환 전 진정성 있는 화해안이 접수되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현대차그룹은 즉각 화답했다. 보도자료를 통해 “현대그룹이 재항고 등 법적 분쟁을 중지하기로 결정한 것을 환영한다.”면서 “대승적인 견지에서 화합과 상생을 모색할 수 있는 길을 찾을 수 있도록 상호 신뢰하에 지혜롭게 협의해 나가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하루 사이에 주고받기식으로 두 그룹 간 화해의 가닥이 잡힌 셈이다.

이제까지 양측의 상처는 봉합이 어려운 것처럼 보였다. 현대그룹은 지난 15일 재판부의 양해각서(MOU) 해지 금지 가처분 항고 기각과 관련, 그동안 대응 방안을 검토해 왔다.

하지만 양측 모두 현대건설 인수전을 계기로 쌓인 불편한 관계를 지속하는 데 부담을 느껴온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상태에서 현대차그룹이 화해 의사를 간접적으로 전달하면서 일이 술술 풀리기 시작한 것이다.

이런 화해 제스처의 일환으로 다음 달 현대중공업그룹 등 범현대가가 함께 정 명예회장의 생애와 업적을 담은 추모 사진전과 음악회를 개최한다고 밝히면서 현대그룹의 참여 의사도 타진했다. 정 명예회장의 10주기 행사인 만큼 현 회장이 외면하기 쉽지 않을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었다. 현 회장은 지난해 10월 큰 동서인 고 이정화 여사 1주기에도 껄끄러운 관계를 무릅쓰고 참석했다.

재계에선 현대차 측이 화해를 위한 선물로 현대그룹에 현대상선 지분 7.75%의 인수를 제안할 것이란 얘기가 돌고 있다. 지난해 12월 현대중공업, KCC 등 범현대가가 현대상선 유상증자에 불참하면서 현대그룹과 우호 세력의 현대상선 지분은 이미 45%에 근접했다. 범현대가의 현대상선 지분은 30%를 밑돌지만 현대건설의 현대상선 지분 7.75%를 가져가면 현대그룹 입장에서는 부담스럽기 때문이다.

소송 등의 취하로 취할 수 있는 현대그룹의 실리도 적지 않다. 현대건설 입찰보증금 2755억원을 돌려받을 수 있는 여지가 생기기 때문이다. 입찰 당시 채권단은 현대그룹이 법적 조치 등을 취하지 않으면 입찰보증금을 돌려줄 수 있다는 언급을 했기 때문이다.

오상도기자 sdoh@seoul.co.kr
2011-02-23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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