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1~7월 내수 판매량 40% 급감
협력업체들 교섭 요구하면 부담
GM본사, 현대차와 협력도 변수

GM한국사업장(한국GM)의 올해 1~7월 내수시장 점유율이 1% 이하로 떨어졌다. 미국 도널드 트럼프 정부의 관세 여파에 이어 노란봉투법(노동조합법 2·3조) 악재가 겹쳐 국내에서 본격 철수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31일 한국자동차모빌리티산업협회(KAMA)에 따르면 올해 1~7월 국내 자동차 내수 판매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7% 늘어난 96만 5131대를 기록한 가운데, 한국GM의 판매량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40.3% 감소한 9340대에 그쳤다. 내수 시장 점유율은 0.97%에 불과해 이대로면 올해 연말까지 기준으로도 심리적 마지노선인 1%가 무너질 수 있다. 내수 판매 순위는 현대차, 기아, BMW, 메르세데스-벤츠, 르노코리아, 테슬라, KG모빌리티에 이은 8위다.
한국GM의 내수 부진은 경쟁사들과 달리 뚜렷한 볼륨 모델 신차를 출시하지 못하는 상황과 연관돼 있다. 현재 한국GM에서 출시하는 모델은 6종이고, 국내 생산 차종은 소형 스포츠유틸리티차(SUV)인 트랙스 크로스오버, 트레일블레이저 등 2종에 불과하다. 이는 한국GM을 소형 SUV 미국 수출 기지로 삼은 미국 GM 본사의 전략과도 연계돼 있다. 지난해 한국GM이 판매한 자동차 49만 9559대 가운데 수출은 95%(47만 4735대)이고, 미국 수출 물량은 전체의 84%인 41만 8782대다. 한국GM의 1~7월 수출 실적은 전년 동기 대비 1.1% 감소하는 등 상황이 여의찮다. 미국 관세가 25%에서 15%로 낮아져도 부담은 여전하고 내수 판매를 통해 손해를 상쇄할 여지도 없다.
이런 와중에 최근 헥터 비자레알 한국GM 사장이 노란봉투법 현실화로 GM본사가 한국GM을 재평가할 수 있다고 우려한 것이 알려지면서 철수설이 다시 불거졌다. GM으로선 협력업체들이 일제히 교섭을 요구하면 모두 응해야 하는 상황 등을 우려한다.
한국산업은행에 따르면 GM은 군산공장 폐쇄로 논란이 일던 2018년 산업은행으로부터 공적자금을 지원받아 한국에 사업장을 유지해야 하지만 2027년 말이면 이 약정이 만료된다. 공교롭게도 GM본사가 최근 현대차그룹과 협력해 한국GM이 생산하는 소형 SUV를 공동 개발해 출시하기로 한 시점도 2028년이다. 산업은행이 보유한 한국GM 지분은 17%에 불과하다. 이항구 한국자동차연구원 연구위원은 “GM이 이후 인천 부평·창원 공장 중 하나를 폐쇄하면서 정부에 추가 자금 지원을 요청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업계 관계자는 “한국GM은 수출 시장을 다변화하는 방향을 미국 본사와 논의해야 한다”고 했다.
2025-09-01 1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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