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과 詩가 있는 아침] 침묵을 들추다/김명인

[그림과 詩가 있는 아침] 침묵을 들추다/김명인

입력 2013-08-17 00:00
수정 2013-08-17 0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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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이 운동장 가운데로 달려가고 있다

펼쳐진 시야가 소리를 삼키는지

저들의 함성 이곳까지 도달하지 않는다

공터 너머 깊숙한 초록은 연무 뒤에서 숨죽이고

실마리 모두 지워버린 무언극의 무대 위로

헐거운 한낮이 멈출 듯 지나가고 있다

아이들이 이리저리로 공을 따라 쏠리지만

고요 속에 펼쳐놓는 놀이에는

성긴 무늬들만 군데군데 얼룩져 보인다

소리를 다 덜어내고

납작납작 눌러놓은 풍경들 아뜩하다

저 침묵 들추고 안으로 들어설 수가 없다

2013-08-17 2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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