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빛 발견] 섣달/이경우 어문팀장

[말빛 발견] 섣달/이경우 어문팀장

이경우 기자
입력 2018-01-17 22:40
수정 2018-01-17 22:50
  • 기사 읽어주기
    다시듣기
  • 글씨 크기 조절
  • 댓글
    0
이미지 확대
이경우 어문부 전문기자
이경우 어문부 전문기자
음력에 익숙한 세대에게는 이 말에 정감이 있다. 그렇지 않은 세대에게는 볼품없는 물건일 수 있다. 많이 본 듯하지만 낯선 것이다. 사용하지 않으니 두고만 보는 도구처럼 여기기도 한다. 어디에 놓아야 하는지에도 익숙지 않다. ‘섣달’은 음력으로 한 해의 맨 끝 달이라는 사실에 어설퍼한다.

‘섣달’은 의학 서적 ‘구급방언해’에 처음 보인다. 1466년에 나온 이 책에는 ‘섯달’(아래아)이라고 적혀 있다. ‘설의 달’, 즉 ‘설이 들어 있는 달’이라는 의미를 지닌 표기 형태였다.

음력 1월이 아니라 12월을 설이 있는 달, ‘섣달’이라고 한 것은 12월을 한 해의 시작으로 보던 시대가 있었기 때문이다. 이때의 유산이 언어에 담겼다. 중국의 은나라 때가 그랬다고 전한다.

이후 다시 1월을 ‘섣달’이라고 하지 않고 12월의 이름으로 그대로 뒀다. 음력으로 ‘지난해의 마지막 달’이란 의미의 ‘구랍’(舊臘)에도 ‘섣달’이 있다. ‘랍’이 ‘섣달’을 뜻한다.

표기는 ‘설+ㅅ+달’로 쪼개지는 ‘섨달’이었다가 ‘섯달’로 바뀌었다. ‘ㅅ’ 앞에서 ‘ㄹ’이 탈락한 것이다. ‘이튿날’도 ‘이틄날→이틋날’, ‘숟가락’도 ‘숤가락→숫가락’으로 변하는 과정을 지나 지금처럼 됐다. ‘섣달’은 어떤 의미에선 옛말 ‘고어’다. 옛 흔적들이 오래 쌓였다. 세대 간 받아들이는 정서 차이가 크다.
2018-01-18 29면
Copyright ⓒ 서울신문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close button
많이 본 뉴스
1 / 3
가수 유승준의 한국비자발급 허용에 대한 당신의 생각은?
가수 유승준이 한국 입국비자 발급을 거부한 처분을 취소해 달라며 낸 세 번째 소송에서도 승소했다. 다만 이전처럼 주로스앤젤레스(LA) 총영사관이 법원 판단을 따르지 않고 비자 발급을 거부할 경우 한국 입국은 여전히 어려울 수 있다. 유승준의 한국입국에 대한 당신의 생각은?
1. 허용해선 안된다
2. 이젠 허용해도 된다
3. 관심없다.
광고삭제
광고삭제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