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섶에서] 비우며 살기/함혜리 논설위원

[길섶에서] 비우며 살기/함혜리 논설위원

입력 2010-03-30 00:00
수정 2010-03-30 00:42
  • 기사 읽어주기
    다시듣기
  • 글씨 크기 조절
  • 댓글
    0
문득 삶이 버겁게 느껴질 때가 있다. 위험신호다. 이런 느낌이 든다면 즉시 주변을 둘러보고, 삶을 반추해 봐야 한다.

너무 많은 물건들이 쌓여 있지 않은가? 너무 많은 관계 속에서 지쳐 있는 것은 아닌가? 능력에 넘치게 너무 많은 일을 떠맡고 있는 것은 아닌가? 무리하게 시간을 쪼개가며 이일 저일 하면서 살고 있는 것은 아닌가? 한 가지라도 해당된다면 당장에 ‘비우기’가 필요하다. 하지만 잘 버리지 못하는 습성이 몸에 밴 사람들에게는 비우는 것도 큰 용기가 필요하다.

언젠가 한번은 입겠지 하면서 옷장에 쌓아 둔 유행 지난 옷들, 언젠가 쓰겠지 하면서 쌓아 둔 그릇들, 언젠가 시간 내서 읽어야지 하면서 옆에 쌓아 두고 있는 책들, 몇년 동안 연락 한 번 안 하면서 지우지 않고 있는 전화번호들이 그득하다.

선방에서 두량 족난 복팔분(頭凉 足暖 腹八分)이라는 생활규범이 전해져 내려온다. 머리는 시원하게, 발은 따뜻하게, 배는 조금 부족한 듯이 채우라는 뜻이다. 모름지기 비워야 채워지는 법이다.

함혜리 논설위원 lotus@seoul.co.kr
2010-03-30 30면
Copyright ⓒ 서울신문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close button
많이 본 뉴스
1 / 3
가수 유승준의 한국비자발급 허용에 대한 당신의 생각은?
가수 유승준이 한국 입국비자 발급을 거부한 처분을 취소해 달라며 낸 세 번째 소송에서도 승소했다. 다만 이전처럼 주로스앤젤레스(LA) 총영사관이 법원 판단을 따르지 않고 비자 발급을 거부할 경우 한국 입국은 여전히 어려울 수 있다. 유승준의 한국입국에 대한 당신의 생각은?
1. 허용해선 안된다
2. 이젠 허용해도 된다
3. 관심없다.
광고삭제
광고삭제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