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섶에서]사랑한다는 말/황진선 논설위원

[길섶에서]사랑한다는 말/황진선 논설위원

입력 2010-11-01 00:00
수정 2010-11-0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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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0대 할아버지가 텔레비전에 나와 “여보 사랑해.”라고 말했습니다. 70대 중반의 할머니는 평생 처음 들어본다며 상한 앞니를 드러내고 환하게 웃었습니다. 그렇습니다. 사랑이란 말은 천금같이 귀한 말이었습니다. 금기였습니다. 그래서 허투루 쓰지 못했습니다.

하지만 어느새 우리는 사랑을 저잣거리의 값싸고 흔한 감정으로 만들었습니다. 사랑을 말하지 않으면 사랑을 얻지 못한다고도 했습니다. 그래서 사람들은 너나 없이 사랑한다고 말하기 시작했습니다. 하지만 그저 말뿐이었습니다.

얼마 전 누군가가 저에게 사랑은 그에 상응하는 값을 치러야 하는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시간을 내어 함께 지내고, 마음을 담아 징표를 건네고, 때론 자존심까지 희생해야 한다고 했습니다. ‘값을 치러야 한다.’는 말이 갑자기 제 가슴을 친 걸까요. 지금까지 제가 사랑한 것은 이기심이었던 걸까요. 제 아이들의 모습도 어른거렸습니다. 요즘 우리 주변에는 사랑이란 말이 넘쳐나고, 널려 있습니다.

황진선 논설위원 jshwang@seoul.co.kr
2010-11-01 3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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