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섶에서] 통금(通禁)과 밤/임태순 논설위원

[길섶에서] 통금(通禁)과 밤/임태순 논설위원

입력 2011-09-01 00:00
수정 2011-09-01 00: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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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교 3학년 딸이 유럽 배낭여행을 ‘혼자’ 가겠다고 하자 아버지는 친구와 함께 갈 것을 권했다. 요즘은 혼자 가는 추세라며 뜻을 굽히지 않자 아버지는 그래도 오랫동안 여자 혼자서 다니는 것은 위험하지 않으냐며 만류했다. 그러자 딸은 “아버지 세대는 왜 그렇게 밤을 무서워해요. 그땐 밤에 무슨 일이 있었어요.”라고 반문해 아버지는 입을 다물고 말았다.

야간통행금지(통금)가 있던 시절 밤은 절대적이었다. 술을 마셔도 마지막 버스시간이 되면 자리에서 일어서야 했다. 통금에 걸리면 대학생은 그나마 새벽 4시에 훈방되는 특혜(?)가 주어졌지만 일반인들은 파출소에서 밤을 새운 뒤 즉결심판에 넘겨져 벌금을 물거나 구류를 살아야 했다. 이러니 여대생들은 해 지기 전에 귀가하라는 말을 귀가 닳도록 들었다.

통금 해제 이후 밤은 길어졌고 더 이상 무서워지지 않았다. 심야버스가 생기고, 휴대전화로 위치 파악까지 할 수 있게 됐기 때문이다. 그러나 딸 가진 부모들의 마음은 여전히 밤이 불안하고 무섭다.

임태순 논설위원 stslim@seoul.co.kr
2011-09-01 3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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