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섶에서] 늦봄 풍경/손성진 논설고문

[길섶에서] 늦봄 풍경/손성진 논설고문

손성진 기자
입력 2018-05-25 23:00
수정 2018-05-25 2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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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도 이제 막바지다. 봄날이 간다. 새색시 미소처럼 수줍었던 봄도 벌써 노년이다. 안창홍 작가의 빛바랜 사진 같은 작품이 어울릴 때다. 그래도 올해는 메마른 대지를 비가 흠뻑 적셔 주어 마음이 푸근하다. 이제 여름 맞을 채비를 할 때. 만산은 진녹색 마고자를 입은 듯 푸른 물결이 넘실댄다. 봄이 어머니 품같이 포근하다면 여름은 아버지 마음처럼 널찍할 것이다. 우리를 기다리는 저 넓은 바다처럼.

봄이 지나가는 황혼녘에 호숫가에 앉았다. 사실은 강물인데 너무 잔잔해서 호수 같다. 고요의 바다가 달에만 있는 게 아니었다. 마음속의 파도도 숨을 죽인다. 정말 오랜만에 느껴 보는 평화.

호수가 내려다보이는 산등성이엔 거센 바람이 몰아치고 있었다. 세찰수록 몸을 더 펼친다. 바람이 혈관 속으로 스며든다. 한겨울 찬바람이 아니라 온기를 품은 늦은 봄바람이다.

계절이 오고 감을 느껴 본 적이 있는가. 그만큼 우리는 여유 없이 살고 있다. 산을 바라보고 호수에 돌팔매라도 던져 보면 계절의 향이 수채물감처럼 온몸을 덧칠한다. 형형색색의 미각도 이때쯤이면 더 살아난다.

sonsj@seoul.co.kr
2018-05-26 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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