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섶에서] 과일간식/문소영 논설실장

[길섶에서] 과일간식/문소영 논설실장

문소영 기자
입력 2018-08-30 17:08
수정 2018-08-31 00: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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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자를 잘 안 먹는다. 어릴 때 가난해서 공산품인 과자는 비싸서 못 먹고 값싼 과일만 먹어서, 다 자란 뒤에 과일은 좋아하고 과자를 안 좋아하게 됐다는 나 나름대로 합리적인 설명을 했더니 세 살 아래 여동생이 고개를 갸웃했다.

“언니! 우리 과일 자주 못 먹었거든.”

“사과는 박스째 들여놓지 않았어.”

“아니. 우리 집도 과일이 귀했거든.”

“사과나 귤은 자주 먹은 기억인데.”

“어린 시절 기억은 왜곡될 수 있어.”

심리학자인 여동생이 이렇게 일축했다. 인류학자 루이스 부부가 한 멕시코 가족을 통해 빈곤의 문제를 거론한 르포르타주 형식으로 기술한 ‘산체스네 아이들’에서 5명의 가족 구성원이 그랬듯이 동생과 나의 기억도 이렇게 일치하지 않았다. 1970년대 과자가 비쌌던 것은 당연하지만, 그렇다고 과일이 싸지도 않았다는 것이다.

오랜 기억과 최근 대화를 데려온 이유는 29일 국회 본회의에서 ‘과일간식제’ 법안을 통과해서다. 올해 초등 돌봄학교 24만명의 어린이는 과일간식을 먹는다. 차차 유치원과 초등학교 전체로 확대한단다. 과수원을 하는 과일농가에는 안정적인 수요가 생기니 좋고 엄마가 바빠 과일섭취가 적은 아이들은 국내산 자연산 당분과 섬유질을 먹으니 좋은 일이다.

문소영 논설실장 symun@seoul.co.kr
2018-08-31 2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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