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섶에서] 나이 든 감나무/서동철 논설위원

[길섶에서] 나이 든 감나무/서동철 논설위원

서동철 기자
서동철 기자
입력 2022-10-23 20:00
수정 2022-10-24 00: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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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섶에서
길섶에서
시골집 감나무는 커다란 홍시가 셀 수 없을 만큼 열렸지만 크게 애착이 가는 존재는 아니었다. 먹을 것이 많아진 시대의 입맛에 재래종 우리 집 감이 달게 느껴지지 않은 것도 그 이유의 하나였다. 그저 한두 개 맛을 보는 데 그쳤으니 감을 따지 않고 내버려 두는 해가 많았다. 그러니 겨울이면 이웃 동네 날짐승까지 모두 찾아와 쪼아도 남을 만큼 넉넉하게 까치밥이 매달려 있곤 했다.

그런데 이제는 마당 한켠의 감나무를 바라보는 것만으로 흐뭇하다. 덤덤한 맛에도 우리 고유 감은 원래 이런 것이겠거니 하고 믿고 있다. 문제는 처치 곤란이었던 감이 갈수록 적게 열리더니 올해는 불과 세 개가 매달렸다는 것이다. 나이가 들어 가면서 활력을 잃어 가는 감나무에서 나의 앞날도 발견하게 된다.

450살 먹은 의령 백곡리 감나무는 천연기념물 지정 이후 잘 보살피니 다시 열매를 맺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우리 집 감나무도 기운을 되찾아 주어야겠다. 그게 나에게도 위안을 주는 일이겠거니 싶다.

2022-10-24 2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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