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디오프랑스 필하모닉 고별무대서 “사람, 음악, 조국이 제일 소중”

”제게 소중한 것은 세 가지 있습니다. 사람 관계와 음악, 한국입니다.”

지휘자 정명훈이 12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의 라디오프랑스 공연장에서 열린 라디오프랑스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마지막 공연이 끝나고 관객들 앞에서 조국에 대한 사랑을 드러냈다.

2000년부터 라디오프랑스 필하모닉을 이끌어온 정 감독은 이번 고별무대에서 15년 만에 오케스트라 지휘봉을 내려놓았다.

정 감독은 객석을 가득 채운 프랑스 관객 앞에서 라디오프랑스 필하모닉 예술 감독으로 일할 수 있었던 즐거움과 단원과의 추억을 회상하며 마지막 감사인사를 전했다.

정 감독은 “단원들은 내게 천사였다”면서 “음악뿐 아니라 인간적으로 좋은 관계를 유지해 지난 15년은 특별했다”고 소감을 밝혔다.

단원 가운데 40년 이상 일한 바이올리니스트가 올해를 마지막으로 은퇴한다면서 그에게 다가가 따뜻하게 껴안았고, 관객들은 정 감독과 노(老) 단원에게 더욱 우렁찬 박수를 보냈다.

정 감독은 또 자신에게는 세 가지 소중한 것이 있는데 그것은 바로 “사람 관계와 음악, 한국”이라면서 오랜 세월 외국에서 생활했지만, 조국에 대한 그의 식지 않는 사랑을 프랑스인들에게 전했다.

마티외 갈레 라디오프랑스 사장은 이날 공연이 끝나고서 무대에 올라와 정 감독을 라디오 프랑스 역사상 최초의 명예 음악감독(Directeur Musical Honore)에 추대한다고 밝혔다.

갈레 사장은 “오늘은 라디오 프랑스와 관객, 연주자 모두에게 벅찬 순간이다”라면서 “정 감독이 라디오프랑스 오케스트라 수준을 높였다”고 평가했다.

정 감독은 마지막 무대에서도 원숙한 마에스트로의 모습을 보여줬다.

구스타프 말러의 교향곡 5번을 지휘할 때 그는 넘치지 않고 절제된 모습으로 때로는 정열적으로 지휘봉을 휘둘렀다.

정 감독의 공연을 매번 보러 왔다는 지네트 튀키니(83) 씨는 “정 감독의 지휘는 정확하고 우아하며 절제돼 있어 다른 지휘자와 달랐다”면서 “특히 그의 겸손한 인간적인 면을 무척 좋아한다”고 퇴임을 아쉬워했다.

정 감독은 2시간 반의 공연을 마친 뒤 기립 박수를 받으며 무대에서 내려갔다.

이날 정 감독의 마지막 공연 안내서에는 정 감독이 지휘를 끝내고 환하게 웃는 사진 모습과 함께 ‘Merci Maestro’(고맙습니다. 명지휘자)라는 글이 적혀 있었다.

정 감독은 오는 15일 이탈리아 최고 권위 음악비평가협회상인 ‘2015 프랑코 아비아티 최고 음악 평론가 상’을 생애 두 번째로 받는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