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전 우려에 무더기 예약 취소…무한경쟁·난립 반성 계기될 것”
중국에서 최근 승객, 승무원 442명이 사망하는 최악의 선박사고가 발생한 가운데 그동안 인기를 누려온 양쯔(揚子)강 크루즈 산업이 큰 타격을 받고 있다.관영 영자지 차이나데일리는 17일 “이번 ‘둥팡즈싱’(東方之星)호 침몰사고 여파로 많은 여행객이 ‘안전 우려’를 이유로 크루즈 여행을 취소하는 사태가 빚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크루즈 운영사들은 “올해 남은 시즌에도 (크루즈 여행객은) 저조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중국에서 가장 길고, 지구 상에서 세 번째로 긴 양쯔강은 수려한 풍광으로 청나라(1644∼1911) 황제들도 자주 찾아 크루즈 유람을 즐겨왔던 곳이다.
현대 들어서는 1978년 미국의 한 여행사가 ‘쿤룬’호를 빌려 외국인 대상 양쯔강 크루즈 서비스를 운영하기 시작한 것이 시초다.
1980년대 들어서는 중국 서부지역의 최대 도시인 충칭(重慶) 지역에 크루즈 운영사가 하나 둘 들어서기 시작하면서 많은 중국인이 양쯔강 크루즈 여행에 나서게 됐다.
특히 중국정부가 양쯔강 중부지역에 세계 최대 규모인 싼샤(三峽)댐을 건설하겠다고 발표한 1992년에 유명 유적지들을 수몰되기 전에 한 번 보려는 중국인들이 몰리면서 크루즈 여행은 호황기로 접어들게 된다.
1980년 크루즈 승객의 90%가 외국인이었지만, 지금은 75%가 중국인이다.
그러나 크루즈 운영사들 간의 경쟁은 승객수 증가보다 더욱 빠르게 가열됐다.
현재 양쯔강에서 크루즈 선박을 운영하는 업체는 21사에 달한다. 이들이 운영하는 85척의 선박은 1년에 150만 명의 승객을 수용할 수 있지만, 지난해 크루즈 승객은 60만 명에 불과했다.
1990년대 1천200달러였던 닷새짜리 럭셔리 크루즈 여행이 지금은 300달러 수준으로 급락했다.
크루즈 운영사들은 당국의 ‘서비스 이중평가 제도’(외국인-내국인 구분), 가격 자유경쟁, 원가 상승, 엄격한 여행 일정표 등을 크루즈 산업에 대한 도전으로 보고 있다.
한마디로 ‘제살 깎아먹기’식 무한경쟁 속에서 승객 안전, 서비스는 뒷전으로 밀릴 수 밖에 없었다는 뜻이다.
차이나데일리는 이번 둥팡즈싱 비극은 오래전부터 추진됐어야 할 크루즈 산업에 대한 개혁을 추동하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양쯔강 여행 전문가인 왕닝은 “이 끔찍한 비극은 중국의 크루즈 산업을 냉정하게 되돌아보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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