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 뒤덮은 섬뜩한 ‘Z’

러 뒤덮은 섬뜩한 ‘Z’

이재연 기자
이재연 기자
입력 2022-03-08 23:28
수정 2022-03-09 00: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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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치 문양처럼 ‘친푸틴’ 상징
아동 암환자까지 선전에 동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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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크라이나 하르키우에서 우크라이나 군대에 나포된 러시아군 탱크에 ‘Z’ 표지가 붙어 있다. Z는 ‘승리를 위한’(Za pobedy) 또는 ‘서부’(Zapad·우크라이나 진격 방향)를 뜻하는 머리글자로 추정된다.  로이터 하르키우 연합뉴스
우크라이나 하르키우에서 우크라이나 군대에 나포된 러시아군 탱크에 ‘Z’ 표지가 붙어 있다. Z는 ‘승리를 위한’(Za pobedy) 또는 ‘서부’(Zapad·우크라이나 진격 방향)를 뜻하는 머리글자로 추정된다.
로이터 하르키우 연합뉴스
대문자 ‘Z’가 나치의 ‘하켄크로이츠’(卐·갈고리 십자가 문양)처럼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지지하는 극우 민족주의 상징이자 ‘친러·친푸틴’의 선전도구로 활용되고 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Z’ 표시가 전광판부터 자동차, 티셔츠에 이르기까지 단시간에 러시아 전역을 점령했다고 7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 등이 보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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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일(현지시간)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의 한 빌딩 벽에 문자 ‘Z’가 걸려 있다.  WSJ 캡처
7일(현지시간)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의 한 빌딩 벽에 문자 ‘Z’가 걸려 있다.
WSJ 캡처
Z 표시가 처음 발견된 것은 지난달 24일 러시아군의 우크라이나 침공 개시 직전 국경지대에서 흰색 ‘Z’ 표시가 칠해진 러시아 탱크·장갑차들이 등장하면서다. 처음엔 러시아군이 피아 식별용으로 그린 것이라고 추측했으나, 군사 전문가들은 ‘승리를 위한’(Za pobedy), 또는 우크라이나를 향한 진격 방향인 ‘서쪽’(Zapad)을 뜻하는 러시아어의 머리글자라는 해석을 내놨다. 러시아 국방부 역시 인스타그램 계정에 Z 표지를 잇따라 올리면서 정부 주도 선전이라는 추측에 무게가 실렸다.

앞서 7일(현지시간) 카타르 도하에서 열린 2022 체조 월드컵 평행봉 시상식에선 동메달을 딴 러시아 소속 선수(이반 쿨리아크)가 유니폼 가슴에 흰 ‘Z’ 표지를 버젓이 달고 나와 체조계가 징계 절차에 착수하기도 했다.
소셜미디어에 올라와 있는 각종 Z 표지들. BBC 캡처
소셜미디어에 올라와 있는 각종 Z 표지들.
BBC 캡처
실제로 러시아에선 일반인들도 자동차에 흰 Z 칠을 하거나, 옷깃에 Z 브로치를 달고 있다고 외신들은 전했다. 남서부 도시 카잔의 한 병원에선 어린이 암환자 수십명이 군사작전 지지를 위해 눈밭에 Z 대형으로 서도록 동원됐다. 흰 Z 무늬가 새겨진 검은 티를 입은 청년들이 ‘러시아를 위해, 푸틴을 위해’라고 외치는 플래시몹도 공유되고 있다.

카밀 갈레예프 전 미 윌슨센터 연구원은 “러시아 당국이 우크라 침공에 대한 대중의 지지를 얻기 위해 선전 캠페인을 벌여 지지를 얻고 있다”면서 “이 문자가 새로운 러시아 이념과 국가 정체성의 상징이 됐다”고 말했다.

마리야 부티나 국가 하원(두마) 의원은 재킷 옷깃에 흰색 ‘Z’ 문양을 단 본인 영상을 공유했고, 국영채널 RT 역시 ‘Z’ 문구 티셔츠를 온라인 판매하며 군을 응원하고 있다.

2022-03-09 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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