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별에 맞서… 예술과 학문을 넘나들다

차별에 맞서… 예술과 학문을 넘나들다

함혜리 기자
입력 2015-12-13 17:40
수정 2015-12-13 21:21
  • 기사 읽어주기
    다시듣기
  • 글씨 크기 조절
  • 댓글
    0

거장 윌리엄 켄트리지 첫 국내 전시

남아프리카공화국 출신의 세계적인 아티스트 윌리엄 켄트리지(60)의 국내 첫 개인전이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에서 열리고 있다.

이미지 확대
‘윌리엄 켄트리지: 주변적 고찰’이라는 제목으로 열리는 이번 전시에서는 예술과 사회, 정치와 철학, 물리학을 넘나드는 작가의 깊고 풍부한 사고의 흐름이 반영된 영상, 드로잉, 설치, 판화 등 108점이 소개된다. 인종차별과 폭력, 봉기 등으로 혼란스러웠던 아파르트헤이트(인종차별정책) 시절의 요하네스버그에서 태어난 켄트리지는 1990년대 초반부터 남아공 사회에 대한 비판적 시각을 담은 목탄 드로잉 애니메이션으로 국제미술계에서 주목받기 시작했다. 이후 철학, 역사, 음악, 영화, 공연, 미술 등 여러 장르가 복합된 다층적 예술세계를 선보여 왔다. 이번 전시는 초기작부터 지난 4월 암스테르담 아이필름인스티튜트에서 처음 공개된 영상작품 ‘더 달콤하게 춤을’까지 자유롭게 확산된 그의 작품 세계를 총망라한다.

켄트리지는 목탄으로 드로잉을 하고 오래된 카메라로 사진을 찍은 뒤 지우고 다시 그리고 찍는 과정을 반복하는 방식으로 목탄 드로잉 애니메이션을 만든다. 하지만 그에게 드로잉은 단순히 영상이나 조각을 위한 예비단계가 아니라 가장 본질적이고 주된 표현 수단이다. 인종차별정책 시기의 남아공 풍경과 그 이후의 사회상을 담은 목탄 드로잉 애니메이션 ‘프로젝션을 위한 드로잉’ 연작, ‘소호와 펠릭스’ 연작, 오래된 책에 연속적인 그림을 그려 움직이는 것처럼 보이게 만든 플립북 형식의 ‘간접 독서’를 통해 이를 확인할 수 있다.

나미비아에서 벌어진 인종학살 사건을 소재로 미니어처 극장을 만든 ‘블랙박스’, 러시아 혁명의 유토피아주의를 다룬 ‘나는 내가 아니고, 그 말은 내 것이 아니다’(작품 사진), 카셀도큐멘타 13의 출품작 ‘시간의 거부’, 중국 문화혁명을 소재로 한 ‘양판희를 위한 메모’ 등 대형 영상설치 작품에서는 음악과 조각, 영상, 드로잉이 어우러진 총체 예술의 면모를 확인할 수 있다. 그에게 세계적 명성을 가져다 준 ‘소호와 펠릭스’ 연작은 백인 자본가이자 부동산개발업자인 소호 엑스타인과 그의 부인 그리고 부인과 연인관계인 시인 펠릭스 타틀바움을 중심으로 남아공 사회와 풍경, 그 안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내면과 고뇌를 보여 주는 목탄 드로잉 애니메이션이다.

그는 자신이 살아온 국가의 사회성과 역사성을 작품에 표현하는 이유에 대해 “남아공의 아파르트헤이트 체제하에선 부조리와 모순을 느끼지 않을 수가 없다”면서 “예술가는 작업실 안으로 바깥세상을 끌고 와 작업을 한 뒤 편집과정을 거쳐 다시 바깥세상에 던져 주는 것을 반복한다”며 자신을 ‘내부자와 외부자의 경계에 선 사람’이라고 소개했다. 목탄을 재료로 사용하는 이유에 대해선 “다시 그리는 게 가능하다는 점에서 유연하고, 이러한 특성이 인생의 불확실성도 잘 보여 준다”고 답했다. 전시는 내년 3월 27일까지.

함혜리 선임기자 겸 논설위원 lotus@seoul.co.kr
2015-12-14 20면
Copyright ⓒ 서울신문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close button
많이 본 뉴스
1 / 3
가수 유승준의 한국비자발급 허용에 대한 당신의 생각은?
가수 유승준이 한국 입국비자 발급을 거부한 처분을 취소해 달라며 낸 세 번째 소송에서도 승소했다. 다만 이전처럼 주로스앤젤레스(LA) 총영사관이 법원 판단을 따르지 않고 비자 발급을 거부할 경우 한국 입국은 여전히 어려울 수 있다. 유승준의 한국입국에 대한 당신의 생각은?
1. 허용해선 안된다
2. 이젠 허용해도 된다
3. 관심없다.
광고삭제
광고삭제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