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양아파트 10만弗, 北시장 확대”…첫 북한학대회

”평양아파트 10만弗, 北시장 확대”…첫 북한학대회

입력 2014-10-28 00:00
수정 2014-10-28 10: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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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정치·경제·사회·문화 등 망라 60여편 논문 발표

서울에서 28일 개막한 제1회 세계북한학학술대회에서는 16개국에서 모인 40여명의 해외 학자들과 국내 연구자 110여명이 다양한 북한 연구 결과를 쏟아냈다.

이번 학술대회에서는 그동안 북한학 연구의 중심으로 인식돼오던 정치 분야 외에도 IT, 사회·문화, 성(性), 예술 등 다양한 분야의 연구 성과물이 대거 소개됐다.

◇ ‘독재자의 딜레마’…北 인터넷, ‘개혁 촉진’ vs ‘통치 강화 도구’

경제 개발을 촉진하도록 인터넷을 개방하고 체제 변화를 감내할 것인가, 인터넷이 주는 경제적 이익에 눈을 감고 폐쇄성을 유지할 것인가는 독재국가에서 하나의 딜레마이다.

고경민 제주대 교수는 이날 ‘북한 인터넷 개방의 정치적 영향’이라는 제목의 발표에서 “독재자의 딜레마 이론은 1990년대 후반 중국, 베트남 등이 인터넷을 개방하면서 설득력을 잃었다”며 “강력한 통치 체제의 토대 위해서 활용되고 적절하게 통제될 수만 있다면 인터넷은 정치·경제적으로 효과적인 체제 유지 및 강화 수단이 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반면 가브리엘 존슨 스톡홀름대 교수는 “아직 이렇다 할 변화의 징후는 발견되지 않지만 정보통신 기술의 보급이 잠재적으로 정치적 변화를 발생시킬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하면서 ‘독재자의 딜레마’가 여전히 유효할 수 있다는 논지를 폈다.

◇ 북한 시장화 가속…”평양 아파트 10만 달러, 사채는 연리 20%”

북한의 시장이 장마당 수준을 넘어 주택과 금융 분야로까지 확대되고 있다는 연구 결과도 눈길을 끌었다.

정은이 경상대 교수는 ‘북한 부동산 투자 현황에 관한 분석:주택을 중심으로’ 논문에서 북한에서 불법인 주택 거래가 매우 활발해지는 추세라고 소개했다.

연고자를 통한 북한 주민 간접 인터뷰 등을 통해 조사한 바에 따르면 7∼8년 전만 해도 3만∼4만 달러 수준이던 평양 중심부의 주택은 현재 10만 달러 전후로 거래되고 있다.

그러나 이런 거래는 불법이기 때문에 ‘주택리용허가증’ 발급 등 합법적인 행정 처리를 도우려고 인민위원회 도시경영국 주택배정과 직원이 부동산 중개인 역할을 하면서 거래액의 10%를 받는 관행이 성립됐다고 정 교수는 설명했다.

최근에는 기업·기관소가 자체적으로 아파트를 건설하는 것이 아니라 사업 목적으로 개인이 기업 명의만 빌려 아파트를 건설하는 사례까지 나타나고 있다고 논문은 지적했다.

정 교수는 “이는 북한에서 시장의 범위가 확대되고 있음을 뒷받침한다”며 “즉 시장에서 거래되는 소비재의 범위가 비내구재에서 내구재로 확대되고 주민이 가용할 수 있는 유동자본의 크기도 커졌음을 의미한다”고 말했다.

임을출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북한에서 민간 영역에 자본이 축적되면서 고리대금업, 송금 대행업 등 사금융이 발달해가고 있다고 지적했다. 북한에서 고리대금업자들은 연리 20%의 고리를 적용하고 있다고 임 교수는 전했다.

그는 “사금융 실태는 북한에서 퍼지고 있는 시장 메커니즘이 이제 소비 분야에서 시작해 점차 생산, 금융 분야로까지 확대되고 있음을 잘 보여주고 있다”고 분석했다.

◇ 중국 나온 北주민 100명 심층면접…”사회주의보다 자본주의 경제 좋아”

중국에 합법적인 신분으로 나와 있는 북한 주민 100여명에 대한 심층면접을 통해 본 북한 주민들의 ‘속내’도 공개됐다.

강동완 동아대 교수와 박정란 카자흐스탄 유라시아국립대 교수는 ‘김정은 시대 북한 사회의 변화:북한주민 심층 면접조사를 중심으로’ 논문을 발표했다.

이 논문에 따르면 ‘사회주의와 자본주의 중 어느 것을 더 지지하느냐’는 물음에 조사 대상자의 절반이 넘는 69%가 자본주의 경제를 지지한다고 답했고 사회주의 경제를 지지한다는 답은 20%에 그쳤다. 11%는 두 가지를 비슷하게 지지한다는 답을 했다.

또 ‘북한 경제가 어려운 까닭’을 묻는 질문에는 ‘과다한 군사비 지출 때문’이라는 답이 28%로 가장 많았고, 간부들의 관료주의 때문’(22%), ‘지도자를 포함한 정치적 문제 때문’(17%), ‘개혁개방을 하지 않아’(13%)라는 응답이 이어졌다. 북한이 경제난의 원인으로 지적하는 ‘미국의 경제제재 때문’이라는 응답은 7%에 그쳤다.

북한 사회의 빈부격차를 묻는 질문에는 응답자의 98%가 ‘빈부 격차가 크다’고 답했고, ‘빈부 격차가 조금 있다’고 답한 이는 2%에 불과했다.

저자들은 “북한 주민들은 북한의 경제난이 북한 당국의 과도한 군사비 지출과 관료주의에서 기인한 것으로 인식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렇지만 북한 주민들은 ‘북한 주민들이 얼마나 주체사상에 큰 자부심을 갖고 있느냐’는 질문에는 65%가 ‘자부심을 갖고 있다’고 답해 여전히 북한의 정치 이데올로기가 정상적으로 작동하고 있음을 보여줬다. 또 응답자들의 67%는 공안기관에 의한 사회 통제가 잘 유지되고 있다고 답했다.

◇ 김정은 시대 북한 정치체제…”당국가 체제로 전환”

동북아 연구 권위자인 와다 하루키 도쿄대 명예교수는 ‘북한 이해를 위한 모델의 정식화’라는 제목의 논문에서 북한 체제가 2011년 김정일 사망 이후 ‘정규군 국가’에서’당국가체제’로 복원되었다는 주장을 폈다.

그는 “김정일은 사망 직전인 2010년 9월에 당·국가 체제의 회복을 준비하였다고 보고 있다”며 “2011년 김정일 사망 이후 김정은 시대에 당 국가가 복원되었다고 분석하고 있다”고 밝혔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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