옥스퍼드대 교수 “극적인 쪽으로 왜곡·과장됐을 가능성도 유사”
북한과 고대 로마제국이 다른 세계에 알려진 모습과 그 모습이 알려지는 방식 등 여러 측면에서 비슷하다는 주장이 나왔다.영국 옥스퍼드대 라틴문학 교수 스티븐 해리스는 27일(현지시간) BBC 인터넷판에 기고한 글에서 2천년의 시차를 아우르며 제정 로마와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 치하의 북한을 비교했다.
해리스 교수는 공개처형된 것으로 알려진 최영건 내각 부총리와 현영철 인민무력부장이 티베리우스 황제 치하의 세이아누스 장군, 네로 황제의 세네카 등과 같은 운명을 겪었다고 봤다.
세이아누스 장군은 티베리우스 황제가 통치권을 맡기려 했을 정도의 심복이었고 세네카는 네로 황제의 즉위에 큰 공을 세운 공신이었다.
그러나 의심 많고 변덕스러운 지도자의 눈 밖에 난 이들은 모두 잔혹한 방법으로 공개적인 처형을 당했다는 공통점이 있다.
이처럼 최고 지도자가 특정 개인에게 조언자의 역할을 맡겨 크게 의존하다가 결국엔 신뢰를 잃고 그를 제거하는 패턴이 로마와 북한에서 공통으로 나타났다는 것이 해리스 교수의 분석이다.
티베리우스의 뒤를 이어 ‘칼리굴라’라는 이름으로 더 유명해진 가이우스 황제 역시 공개 처형에 일가견이 있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해리스 교수는 다만 로마와 북한과 같이 잘 알려지지 않은 곳의 이야기는 언제나 ‘적대적인 출처’로부터 나온다는 점을 강조했다.
그는 “초기 로마제국사에 대한 주요 출처는 수에토니우스와 타키투스의 저서”라며 “변덕스러운 도미티아누스 황제의 치하를 견뎌낸 이들은 황제 시스템에 대해 근본적으로 비관적인 시각을 공유했다”고 지적했다.
수에토니우스와 타키투스가 로마에 대해 편향된 시각을 가질 동기가 있었고, 북한에 대해서는 북한과 여전히 전쟁 중인 한국이 편향된 시각을 가질 동기가 있다는 것이 해리스 교수의 시각이다.
그는 “현대의 역사가들은 수에토니우스와 타키투스의 이야기에 회의적”이라며 “로마인들이 역사 개작보다 세습 독재를 더 위험하게 느꼈음을 보여주기도 하는 부분”이라고 설명했다.
해리스 교수는 “정치적 반대 측을 악마화하려는 자연적인 경향이 있다는 점을 인식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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