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신 대부분이 손가락 골절… 붙잡고 버티다가 최후 맞은 듯

시신 대부분이 손가락 골절… 붙잡고 버티다가 최후 맞은 듯

입력 2014-04-22 00:00
수정 2014-04-22 03: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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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낱같은 희망도 포기 못한다” 민·관·군 합동작전

‘세월호 침몰 사고’ 엿새째인 21일, 유속이 느려지는 ‘소조기’(22~24일)를 앞두고 민·관·군 잠수요원들은 종일 사고 해역에 뛰어들었다. 수색작업은 종일 이어졌지만 팽목항에는 싸늘한 주검만 늘었다. 여전히 희망의 끈을 놓지 않는 이들에겐 22일이 조류 속도가 가장 느려지는 ‘조금’인 것이 그나마 위안거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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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일 전남 진도 세월호 침몰 사고 해역 인근 해상에서 구조대원들이 수색 작업을 하고 있다.
21일 전남 진도 세월호 침몰 사고 해역 인근 해상에서 구조대원들이 수색 작업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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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관·군 합동구조팀은 실종자가 몰려 있을 것으로 추정되는 3~4층 격실 진입을 집요하게 시도했다. 물 위와 바다 아래 침몰 선박을 연결해 잠수요원들의 길잡이 역할을 하는 ‘가이드라인’(안내선)도 이날 1개가 추가돼 모두 6개로 늘었다. 함정 213척과 항공기 35대를 동원해 사고 해역을 수색했고 잠수요원 등 구조대원 630여명이 수색 작업을 벌였다.

이날 오전 5시 51분, 잠수요원들은 선내 식당 통로를 확보해 낮 12시부터 식당칸 진입을 시도하는 등 분주하게 움직였다. 하지만 기적 같은 생환 소식 대신 숨진 희생자만 건져 올렸다. 오전 5시 45분 4층 격실 내부에서 여학생 시신 2구를 수습한 데 이어 오후 4시에는 3층 라운지와 4층 선미 부분 객실 등에서 외국인 3명의 시신도 발견했다. 특히, 구조대는 오후 8시쯤 한꺼번에 시신 15구를 수습했다. 오후 들어 시신 수습 속도가 빨라진 것은 소조기를 앞두고 있어 물밑 수색 환경이 나아진 데다 승객들이 몰린 3~4층 내부로 통하는 길목을 잠수부들이 집중 수색했기 때문이다.

선실에서 발견된 시신 중 다수는 손가락이 골절된 상태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수색작업에 투입된 한 민간 잠수부는 “사고 당시 탈출 과정에서 기울어진 바닥을 붙잡고 버티려다가 부러졌거나 좌초 때 이곳저곳에 부딪혀 부러졌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머구리’로 불리는 민간 잠수부도 10여명 투입됐다. 머구리는 산소통을 메고 입수하는 대신 외부 공기공급장치에 연결된 호흡장치를 입에 물고 잠수하는 방식으로 일한다. 20~30m 깊이에서 보통 1시간 정도 머물 수 있어 군·경 특수요원보다 오랜 시간 수색 작업이 가능하다.

미국, 중국, 네덜란드, 일본 등의 장비와 전문가들의 지원도 잇따르고 있다. 미국의 원격조종 무인잠수정(ROV) 2대와 운용 인력이 전날 오후 사고 해역에 도착해 수중 탐색에 투입됐다. 바닷속 난파선 탐사, 기뢰 제거 등 위험 임무에 활용되는 ROV는 관측함과 케이블로 연결되며 원격 조작 방식으로 해저 영상을 전달받아 수중을 탐색한다. ROV는 21일 오후 3시 20분쯤 선체 내부 투입에 성공해 25분간 정찰했지만 성과를 거두지는 못했다. ROV는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투입했지만, 큰 기대를 걸 상황은 아니라는 게 다수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해군 관계자는 “ROV는 ‘헬리캠’이 사람이 가지 못하는 공중 촬영을 대신하듯 수중에서 사람의 눈 역할을 보조하며 주로 100~150m의 심해에서 운용되는 장비”라면서 “ROV가 세월호 선체 안으로 들어가려면 결국 잠수부가 들고 들어가야 하는데 그럴 시간에 잠수요원이 한 명이라도 더 들어가서 통로를 확보하는 게 낫다”고 말했다.

이날 팽목항에는 구조용 엘리베이터인 ‘다이빙벨’도 도착했다. 이종인 알파잠수기술공사 대표가 2000년 제작한 다이빙벨은 수심 70~100m에서 20시간 연속 작업을 할 수 있으며 조류의 영향을 거의 받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군 당국은 그동안 세월호 침몰 현장에서는 물안경과 산소마스크까지 벗겨질 정도로 유속이 빠른 탓에 다이빙벨 사용이 어렵다고 판단했으나 기존 잠수 방식으로 성과를 거두지 못할 경우 사용 가능성을 검토하고 있다.

한편 범정부사고대책본부는 이날 브리핑에서 “그동안 DNA 검사 결과가 나오고 신원 확인이 돼야 사망자 인계가 됐으나 앞으로는 DNA 검사 확인서가 나오기 전이라도 가족이 원하면 다른 병원으로 옮길 수 있도록 했다”고 밝혔다.

또한 해양수산부는 당초 공개한 세월호의 자동식별장치(AIS) 기록에서 사라졌던 3분 36초간의 항적을 복구했다고 밝혔다. 해수부 관계자는 “변침(방향 전환)을 하다 더 돌았을 수 있는데 전타(조타기를 최대로 꺾는 것)까지는 아닌 것 같다”고 말했다.

진도 유대근 기자 dynamic@seoul.co.kr
2014-04-22 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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