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적 꿈꾸던 한국에서 대학 졸업했어요”

“어릴적 꿈꾸던 한국에서 대학 졸업했어요”

입력 2014-08-30 00:00
수정 2014-08-30 03: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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멕시코 이민 한국인 4세 로드리게스 이화여대서 학사모

“어릴 때부터 집안 어른들에게 들은 한국이란 나라를 동경했어요. 한국에서 대학을 졸업했다는 사실이 꿈만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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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일 오전 서울 이화여자대학교에서 열린 ‘2013학년도 후기 학위수여식’에서 참석한 멕시코 이주 한인 마가리타 스밀라 게레로 로드리게스 씨가 졸업식을 지켜보고 있다. 연합뉴스
29일 오전 서울 이화여자대학교에서 열린 ‘2013학년도 후기 학위수여식’에서 참석한 멕시코 이주 한인 마가리타 스밀라 게레로 로드리게스 씨가 졸업식을 지켜보고 있다.
연합뉴스
2009년 한국으로 건너와 2010년부터 이화여대에서 경영학을 전공한 마르가리타 스밀라 게레로 로드리게스(23·여)가 29일 오전 이화여대 대강당에서 학사모를 썼다.

그에게는 한국인의 피가 흐르고 있었다. 109년 전 태평양을 건너 멕시코로 건너가 ‘애니깽’(에네켄)으로 불렸던 한인 이민자의 4대손이다. 1905년 4월 가난을 버티지 못한 한인 1033명은 가난 탈출의 부푼 꿈을 안고 멕시코행 영국 화물선에 몸을 실었다. 하지만 그들을 기다린 건 멕시코 유카탄주 에네켄(선인장의 일종) 농장의 노예 생활이었다. 로드리게스의 가족은 당시 유카탄 지역으로 이민 온 선대로부터 이어져 오고 있다. 그는 “아버지는 항상 ‘한국인의 뿌리’를 강조하셨고, 한인 이민자가 얼마나 고초를 겪었는지를 말씀해 주셨다”면서 “아버지 덕분에 어렸을 때부터 한국어를 배웠고, 한국 문화도 좋아했다”고 말했다.

로드리게스는 이화여대에서 개발도상국 여성인재 학위과정 프로그램(EGPP) 대상자로 선정돼 4년 내내 장학금을 받고 공부했다. 유학 생활이 쉽지만은 않았다. 그는 “한국 친구 대부분이 한인의 멕시코 이민사를 잘 모르는 것 같아 가슴 아팠던 적도 많았다”면서 “국적은 멕시코지만 에네켄 후손에겐 한국인의 피가 흐르고 있다는 사실을 한국에서도 잊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로드리게스는 졸업 전 국내 한 대기업에 입사, 1년 뒤 멕시코 지사에서 근무할 예정이다.

오세진 기자 5sjin@seoul.co.kr

2014-08-30 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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