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SD 론스타] ③ ‘먹튀’도 모자라 5조원 소송…책임은 누가

[ISD 론스타] ③ ‘먹튀’도 모자라 5조원 소송…책임은 누가

입력 2015-06-30 07:49
수정 2015-06-30 07: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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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료들, 외환은행 팔고 철수까지 론스타 행위 묵인·방조 의혹



외환은행 내준 원죄 연루자 ISD 대응팀에서 제외해야”

론스타가 외환은행을 팔고 나가는 과정에서 론스타의 ‘적격성’에 대한 논란이 다시 불거졌다.

론스타가 국외에서 비금융사업을 대규모로 하는 ‘산업자본’이라는 이유에서다. 그렇게 되면 애초 외환은행을 인수할 자격이 없었고 다시 팔고 나갈 수도 없다.

인수 당시 은행법은 투자자의 비금융회사 자산 합계가 2조원을 넘으면 산업자본으로 간주하고, 은행 지분을 10%까지만 보유하도록 제한했다. 그러나 관료들은 2003년 ‘10인 회의’를 통해 론스타의 외환은행 인수를 인정해줬다.

외환은행을 팔고 나갈 때도 마찬가지였다. 금융위는 2012년 1월 “론스타가 현 시점에선 금융자본”이라며 하나금융의 외환은행 인수를 승인했다. 국내 비금융회사 자산만 봤을 땐 산업자본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논리였다.


그럼에도, 론스타는 ‘곱게’ 떠나지 않았다.

론스타는 2012년 5월 청와대 앞으로 투자자-국가 간 소송(ISD) 중재 의향서를 보냈다. ‘한국 정부가 론스타에 차별적 조처를 하며 수조원에 달하는 막대한 손해를 입었다’는 취지의 의향서다.

그러면서 6개월 안에 해결책을 마련하지 않으면 국제투자분쟁해결센터(ICSID)에 한국 정부를 제소하겠다고 했다. 정부는 이 문서를 받고도 조용히 있다가 이후 론스타가 먼저 내용을 밝히자 뒤늦게 사실을 공개해 질타를 받았다.

◇ 막오른 ISD’밀실 중재’ 비판 가열

론스타는 예고대로 정부를 제소했다. 소송액은 5조1천여억원이다.

론스타는 정부가 2007년 HSBC의 외환은행 인수를 부당하게 지연해 계약이 파기돼 결국 하나금융에 2조원 가량 낮은 가격으로 매각해야 했다며 이를 배상하라는 주장을 펴고 있다.

벨기에에 설립된 페이퍼컴퍼니 형태의 자회사들을 통해 2001년부터 서울 역삼동 스타타워, 외환은행, 극동건설, 동양증권 빌딩 등을 사들였던 론스타는 이를 매각해 4조6천억원에 달하는 시세차익을 올렸고, 우리 정부는 이에 대해 8천500억원의 세금을 부과했다.

론스타는 세금 부과가 부당하다고 주장한다. 벨기에 법인이 거래의 주체였기에 한국-벨기에 투자협정상 납세 의무가 없다는 것이다.

정부는 외환은행 매각 승인을 지연한 것은 정당한 조치였다고 반박한다. 당시 외환은행 헐값 매각 의혹·외환카드 주가조작 사건 재판 등 사법절차가 진행 중이었던 만큼 승인을 내줄 수 없는 상황이었다는 설명이다.

벨기에 법인의 납세의무도 있다고 보고 있다. 벨기에 법인은 조세회피를 위한 페이퍼컴퍼니이며 실질적으로 매각 차익을 취하는 것은 미국 론스타와 같은 ‘몸통’이기 때문이다. 국내 법원도 이 점을 인정한다.

양측은 지난달 15일∼23일 워싱턴DC 소재 ICSID에서 처음 맞붙었다. 그러나 중재절차가 비공개인 탓에 구체적인 내용은 알려진 바가 없다. 정부도 중재 내용에 침묵하면서 ‘밀실 중재’라는 비판이 커지고 있다. 2차 심리는 29일부터 시작됐다.

◇ 아무도 책임지지 않는 론스타 ‘악연’

외환위기 직후 한국에 상륙한 론스타는 외환은행을 팔고 한국을 떠날 때까지 10여년간 크고 작은 논란을 연이어 만들어왔다.

이 과정에서 수많은 관료가 론스타의 행위를 묵인 또는 인정하고 심지어는 도왔다는 의심을 받았다. 그러나 어떤 방식으로라도 ‘책임’을 진 사람은 사실상 없으며 책임을 지겠다는 사람 역시 나오지 않았다.

’10인 비밀회의’에 참석한 관료들은 대부분 승승장구했다. 론스타 ISD에서 정부 측 대응을 맡기도 한다.

금감위 감독정책1국장이던 김석동씨는 재정경제부 차관을 거쳐 2011∼2013년 금융위원장을 지냈다. 금융위원장 당시 외환은행 매각을 승인했다. 그의 처조카는 론스타에서 일하며 외환은행 인수·매각으로 큰 수익을 거뒀다고 알려졌다.

추경호 재경부 은행제도과장은 2012년 금융위 부위원장을 거쳐 장관급 자리인 국무조정실장에 올랐다. 그는 현재 정부의 론스타 ISD 태스크포스(TF)의 수장으로 ISD 대응 전반을 이끌고 있다.

재경부 은행제도과장을 맡다 청와대로 파견을 갔던 주형환 당시 행정관은 현재 기재부 1차관을 맡고 있다. 변양호 전 재경부 금융정책국장은 검찰 수사에서 외환은행 헐값 매각을 주도한 ‘주범’으로 지목됐지만, 법원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다.

론스타의 법률자문인 김앤장에서 활동하던 이헌재 전 경제부총리도 검찰 수사를 받았지만, 무혐의 처분을 받았다. 이정재 금감위원장, 김진표 재경부 장관 등 당시 금융당국을 이끌던 관료들도 모두 한두 차례 조사 끝에 혐의를 벗었다.

론스타가 2008년 금융위에 ‘해외 비금융사업 현황’을 제출할 당시 금융위원장인 전광우씨는 국민연금공단 이사장을 거쳐 연세대 석좌교수로 일한다. 이 자료에는 론스타가 은행 인수자격이 없는 산업자본임을 인정하는 것으로 해석될 수 있는 내용이 있다.

론스타의 ‘먹튀 과정’에 경제 관료들의 행보가 석연찮은 만큼 ISD 소송에서는 당사자들의 입김을 완전히 차단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전성인 홍익대 경제학과 교수는 “정부 측이 외환은행을 론스타에 내어준 원죄 때문에 제대로 된 주장을 펼치지 못하고 있다”며 “ISD를 이기려면 무엇보다도 과거 론스타 인수·매각 과정에 관련된 사람들을 대응팀에서 제외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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