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축 후퇴국’ 부담에 온실가스 감축률 상향 급선회

‘감축 후퇴국’ 부담에 온실가스 감축률 상향 급선회

입력 2015-06-30 14:58
수정 2015-06-30 1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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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화된 온실가스 감축안…국제사회·산업계 요구 ‘절충’원전 추가 불가피…국제탄소시장 활용 비용도 논란

정부가 30일 확정한 신(新)기후체제(포스트 2020)에 따른 온실가스 감축목표안은 정부가 당초 제시했던 시나리오들보다 대폭 강화됐다.

윤성규 환경부 장관이 30일 오전 정부세종청사 4동 공용브리핑룸에서 열린 POST-2020 국가 감축목표 확정 발표 브리핑에서 우리나라의 온실가스 감축목표를 2030년 배출전망치(BAU) 대비 37%로 확정했다고 밝히고 있다. ‘BAU(Business as usual)’는 특별한 조치를 취하지 않으면 배출될 것으로 예상되는 미래전망치, 즉 국민경제의 통상적 성장관행을 전제로 유가변동·인구변동·경제성장률 등에 따라 영향을 받을 미래의 온실가스 배출 추계치이다.  연합뉴스
윤성규 환경부 장관이 30일 오전 정부세종청사 4동 공용브리핑룸에서 열린 POST-2020 국가 감축목표 확정 발표 브리핑에서 우리나라의 온실가스 감축목표를 2030년 배출전망치(BAU) 대비 37%로 확정했다고 밝히고 있다. ‘BAU(Business as usual)’는 특별한 조치를 취하지 않으면 배출될 것으로 예상되는 미래전망치, 즉 국민경제의 통상적 성장관행을 전제로 유가변동·인구변동·경제성장률 등에 따라 영향을 받을 미래의 온실가스 배출 추계치이다.
연합뉴스
기존 시나리오가 과하다는 산업계의 의견을 반영해 산업부문의 부담은 크게 덜어줬다. 그러나 원전을 비롯한 발전과 수송 등 비(非) 산업부문의 감축률을 그만큼 더 올려야 한다는 의미여서 실효성을 두고 논란의 여지를 남겼다.

여기에 외부 배출권을 사서 상쇄하는 등 국제 탄소크레딧을 감축분에 대폭 반영하기로 하면서 이에 대한 비용과 방법 등에 대한 논의도 필요하게 됐다.

국내의 제조업 위주 경제구조를 감안하면서도 국제적 책임을 고려해 이런 절충안을 내놨다는 게 정부 설명이다.

◇ 시나리오보다 목표 상향’감축 후퇴국’ 오명 부담된 듯

정부의 최종안은 기존 4가지 시나리오를 모두 벗어났다. 시나리오 중 가장 강력한 감축안이었던 4안인 31.3%보다 5.7%포인트를 더 올려잡아 확정한 것이다.

애초 정부는 2030년 배출전망치(BAU)보다 14.7∼31.3% 감축하겠다는 4가지 시나리오를 제시했다.

정부가 감축률을 높이는 방향으로 급선회한 것은 시민사회와 국제사회의 압박에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이들은 31.3% 감축안도 미흡하다며 재산정을 요구했다.

시나리오 중 어떤 안을 선택하더라도 기존에 우리 정부가 유지하던 2020년 온실가스 감축목표보다 후퇴한다는 게 그 논리였다. 이는 정부도 인정한 사안이다.

작년 12월 페루 리마에서 열린 유엔기후변화협약(UNFCCC) 당사국총회에서 채택한 리마결정문은 각국이 제출할 감축목표(INDC)가 ‘기존 내용보다 진전돼야 한다’는 점을 분명히 한 바 있다. 이른바 ‘후퇴 금지의 원칙’(No Backsliding)이다.

정부가 시나리오를 공개한 직후인 이달 12일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박근혜 대통령에게 당부한 내용도 적지 않은 부담으로 작용했을 것으로 보인다.

오바마 대통령은 당시 박 대통령과의 통화에서 “한국이 최대한 야심찬 목표를 제시함으로써 기후변화 대응 분야에서의 리더십을 발휘해주기 바란다”고 언급했다.

정신적 종교 지도자인 프란치스코 교황이 발표한 이례적인 환경보호 회칙도 감안하지 않을 수 없었을 것으로 관측된다. 교황은 회칙에서 온실가스 감축을 위한 정책 개발과 재생에너지 개발 등을 위한 긴급 대응을 전 세계에 촉구했다.

정부의 시나리오 발표 이후 유럽 국가들의 직간접적인 압박도 적지 않았다.

’감축 후퇴국’ 오명을 쓸 수 없다는 정부의 의지가 작용했지만 문제는 산업계였다. 산업계는 14.7%를 줄이는 1안조차도 부담된다며 강하게 반발했다.

결국 정부는 전체적인 감축률은 상향 조정하면서 산업계의 감축률은 2030년 산업부문 BAU대비 최대 12%로 낮춘 ‘절충안’을 도출했다.

정부는 2009년에 내놓은 2020년 BAU 대비 30% 감축안에 비해서도 이번 확정안이 진일보한 것으로 평가했다. 확정안대로라면 2030년에 5억3천600만톤CO₂-e(이산화탄소환산량)의 온실가스를 배출하는 데, 이는 기존 정부안의 2020년 5억4천300만톤CO₂-e보다 낮다는 이유에서다.

하지만 그 차이가 700만톤CO₂-e에 불과해 2020년부터 2030년까지 거의 감축하지 않겠다는 것 아니냐는 의구심이 제기된다. 기존의 2020년 목표 배출량을 조정할 수밖에 없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 원전 추가 건설 필요…탄소크레딧 비용도 부담

경제계를 고려한 결정이지만 산업부문에 대한 감축률을 12%로 낮췄다는 것은 논란의 소지가 있다는 지적이다. 2030년 BAU 대비 온실가스 전체 감축률이 37%인데, 발전·수송 등 분야가 산업부문이 채우지 못한 감축분을 떠안아야 하기 때문이다.

이 중 발전 부문의 비중이 가장 큰데, 결국 원전을 더 건설해야 한다는 것으로 귀결될 수 있다. 국민의 합의가 있어야 하는 사안이라는 점에서 진통이 예상된다.

정양호 산업통상자원부 에너지자원실장은 “기존 원전 건설 계획을 차질 없게 하고 추가로 지어야 하는 부분도 있다”며 “국민의 이해와 협조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수송 분야에서도 전기차와 하이브리드차 같은 저탄소 차량이 기존 계획보다 확산해야 하는데 유가가 하락하는 상황에서 얼마나 현실성이 있을지 미지수다.

국제 탄소크레딧을 활용해 11.3%의 온실가스를 감축하겠다는 계획도 추가됐지만 방법론에 대해서는 결정되지 않았다.

전체 37% 감축률 중 30%가 넘는 부분을 국제 탄소시장 메커니즘을 활용하겠다는 것으로, 이에 소요되는 비용 조달방식에 대한 밑그림도 나오지 않았다.

최재철 외교부 기후변화대사는 “산업계뿐 아니라 지방정부나 시민사회도 국제탄소시장에 참여할 수 있고, 산림녹화나 전력화사업 등 남북 간 합의로 이뤄지는 것도 감축 실적으로 인정받을 수 있다”고 했다.

스위스와 캐나다, 멕시코 등이 우리처럼 국제 탄소시장 메커니즘을 활용하겠다는 내용을 INDC에 담았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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