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법행위 적발되면 책임자 바꿔치기에 공무원 포섭까지 재단·학교 관계자 무더기 기소…檢 “학생 안전 위협…엄벌 필요”
충북 괴산 소재 중원대의 본관동을 제외한 모든 학교 건물이 무허가 시설인 것으로 드러났다.학생들의 안전을 위협하는 다수의 무허가 건물이 지어지기까지 중원대는 ‘무법지대’와 다름없었다.
모 종교단체에 뿌리는 둔 재단이 설립한 중원대는 2009년 3월 개교했다. 캠퍼스 내 건물은 지난해 지어진 기숙사까지 모두 25개에 이른다.
하지만 검찰 수사 결과 이중 본관동을 제외한 나머지 24개 건물은 모두 사전 군 관리계획 결정과 실시계획인가, 건축허가 없이 지어진 무허가 건물이었다.
심지어 설계도면조차 없이 지어진 건물도 있었다.
지난해 11월 20일 중원대 내 기숙사 신축 공사 현장에서 한 근로자가 추락해 사망하는 사고가 없었다면 이 대학의 불법행위가 자칫 묻힐 수도 있었다.
당시 사고 직후 괴산군청은 중원대 측에 공사중지 명령을 내렸다. 그러나 중원대는 공사를 강행했고, 완공 뒤 학생들을 입주시켰다.
학생 안전에 문제가 있다고 판단한 검찰은 이때부터 중원대 건물 전체의 적법성과 안전성에 대한 수사를 시작했고, 양파껍질처럼 범죄 정황이 속속 드러났다.
불법행위의 꼭짓점에는 26일 건축법 위반 등의 혐의로 불구속 기소된 재단 이사장 A(74)씨가 있었다.
종교단체의 위계질서 특성상 이사장의 지시가 있으면 즉시 실행에 옮겨졌다.
불법행위가 나중에 탄로 날 수 있다는 점은 걱정거리가 되지 않았다. 사후에 해결하면 된다는 게 관행처럼 굳어졌기 때문이다.
문제가 불거지면 범행 책임자와 전혀 관련 없는 학교 관계자를 대신 내세워 수사와 처벌을 받게 했다.
근로자 사망사고 때도 마찬가지였다. 다른 사람을 책임자로 내세워 처벌받도록 한 사실이 뒤늦게 드러나 해당 건설사의 전·현 대표가 범인도피교사 혐의 등으로 기소됐는데 이들 역시 같은 종교단체 신도였다.
무허가 건축 사실이 괴산군에 적발돼 충북도 행정심판을 받게 됐을 때는 공무원을 상대로 포섭에 들어갔다.
지난달 27일 구속 기소된 중원대 재단 사무국장 B(56)씨는 자신들이 원하는 행정심판 결과를 받아내고자 충북도와 괴산군 전·현직 공무원을 동원해 행정심판 위원 명단을 빼냈다.
괴산군 건축허가담당 공무원에게는 740만원 상당의 뇌물을 건네기도 했다.
심지어 충북도 행정심판 위원인 변호사에게 학교 측 대리인 직무를 맡기고 거액의 수임료를 줬다.
현재까지 중원대의 ‘무허가 건축비리’ 사건에 연루돼 기소된 24명 중 재단 및 학교 관계자는 이사장과 사무국장, 전·현직 총장 등 8명에 이른다.
같은 종교단체 신도로 불법행위에 관여해 기소된 업체 관계자도 6명이나 된다.
검찰이 이처럼 중원대 건축비리의 발본색원에 나선 이유는 건축법을 철저히 무시한 관련자들의 ‘안전 불감증’ 때문이다.
세월호 사건 등 대형참사로 안전에 대한 국민적 우려가 큰 상황에서 학생들의 안전을 위협하는 불법 부실 공사를 지속한 관련자의 죄를 결코 가볍게 볼 수 없다는 게 검찰의 설명이다.
청주지검 관계자는 “안전을 무시한 행태로 인해 언제라도 학생수용시설에서 경주마우나리조트 체육관 붕괴 사건 등과 같은 대형참사가 발생할 수 있다는 사실을 절대 간과해서는 안된다”고 강조했다.
이 관계자는 또 “다수의 학생이 안전이 담보되지 않은 건물에서 생활하는 것을 막으려면 시설안전관리공단의 정기점검 대상을 준다중이용시설까지 확대하고, 교육부의 점검기준도 강화해 위반 때는 강력히 제재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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