떠난 여자 친구 붙잡으려 자해하고 허위 신고한 20대의 철없는 사랑

떠난 여자 친구 붙잡으려 자해하고 허위 신고한 20대의 철없는 사랑

오세진 기자
입력 2016-04-24 13:39
수정 2016-04-24 13: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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떠난 여자 친구 붙잡으려 자해하고 허위 신고한 20대의 철없는 사랑
떠난 여자 친구 붙잡으려 자해하고 허위 신고한 20대의 철없는 사랑 변심한 여자친구의 마음을 돌리기 위해 자해한 뒤 강도를 당했다고 허위신고한 김모씨(오른쪽)가 지난 10일 새벽 5시 30분쯤 여자친구의 집 인근 편의점에 들어가서 종업원에게 신고를 요청하는 모습. 손에 피가 묻어 있다(빨간색 원).
서울서대문경찰서 제공
지난 10일 새벽 5시 30분쯤 서울 서대문구의 한 편의점에서 다급한 신고가 112에 접수됐다.

“경찰이죠? 여기, 지금 흉기에 찔린 사람이 와 있어요!”

그 시간 편의점을 찾아온 사람은 김모(22·무직)씨였다. 김씨는 양손에 피를 묻힌 채로 들어와 복부 왼쪽을 한 손으로 가리키며 “강도가 흉기로 배를 찌르고 도망갔어요. 경찰에 신고 좀 해주세요”라고 호소했다. 종업원은 119에도 신고해서 응급차를 불렀다.

신고를 받은 경찰은 강력범죄가 발생한 것으로 판단해 순찰차 24대와 경찰관 54명을 긴급 동원해 현장 수색 및 범인 검거에 나섰다. 그러는 사이 김씨는 서울 신촌세브란스병원으로 긴급 후송됐다.

경찰은 병원에서 김씨를 상대로 피해자 조사를 진행했다. 그런데 조사 과정에서 석연치 않은 점들이 발견됐다. 먼저 흉기에 푹 찔린 것이 아니라 살짝 베인 상처였다. 자해할 때 나타나는 주저흔(한 번에 치명상을 가하지 못하고 여러 번 상해를 시도한 흔적)도 발견됐다. 결정적으로 김씨 옷에는 피가 묻었을 뿐 흉기로 손상된 흔적이 없었다.

김씨는 “더워서 윗도리를 올리고 있다가 강도를 당했다”라고 했다가 “강도가 아니라 ‘묻지마 폭력’을 당했다”며 말을 바꿨다. 횡설수설하던 김씨는 경찰이 자신의 휴대전화를 보여주자 끝내 ‘자작극’이었다고 털어놨다. 휴대전화에는 복부에 난 상처를 촬영해 한 여성에게 보낸 전송 기록이 남아 있었다. 김씨는 “강도를 당했다고 하면 헤어진 여자친구가 동정심에 다시 사귀어 줄 것으로 믿었다”고 말했다.

김씨는 사건 발생일로부터 약 한 달 전 여자친구를 만나 교제를 이어왔다. 그런데 최근 여자친구가 다른 남자가 생겼다며 이별을 통보하자 서대문구에 있는 여자친구 집 근처에서 준비한 문구용 칼로 자해한 뒤 인근 편의점으로 들어가 쓰러지며 종업원에게 신고를 요청한 것이다.

서울 서대문경찰서는 112에 허위 신고한 혐의(위계공무집행방해)로 김씨를 구속했다고 24일 밝혔다. 경찰 관계자는 “김씨처럼 긴급 신고가 집중되는 심야·새벽 시간대의 허위 신고는 그 위험성이 높아 죄질이 가볍지 않다”고 말했다.

오세진 기자 5sjin@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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