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부진딛고, 최고령 3할·30홈런·100타점 달성
류중일(51) 삼성 라이온즈 감독은 “도전 자체가 아름답다”고 했지만 이승엽(38)은 “’과거의 스타’나 ‘상징’이란 말로 보호받을 생각은 없다”고 했다.
연합뉴스
“오늘은 기필코 이긴다”
12일 광주-KIA챔피언스필들에서 열린 프로야구 KIA 타이거즈와 삼성 라이온즈 경기에서 4회초 2사 1,3루 삼성 이승엽이 1타점 안타를 치고 외야를 바라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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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년(2004∼2011년)동안 일본 무대에서 뛰다 2012년 삼성에 복귀한 이승엽은 그해 시즌 종료 후 “나에게 100점을 주고 싶다”고 말했다.
”내가 오기 전인 2011년 우승을 한 팀이다. 내가 왔을 때 우승을 하지 못하면 모두 내 책임이라고 생각했다”고 부담감을 털어놨던 이승엽은 “내가 주전으로 뛰며 팀이 우승했으니 100점을 줄 수 있다”고 웃었다. 이승엽은 2012년 타율 0.307·21홈런·85타점을 올렸다.
2013년에도 삼성은 우승을 차지했다. 그러나 이승엽은 “나는 0점”이라고 고개를 숙였다. 이승엽은 2013년 타율 0.253·13홈런·69타점에 그쳤다.
이승엽에 대한 평가는 엇갈렸다. 그를 옹호하는 편에서는 “이승엽은 한국 야구를 대표하는 스타 플레이어다”라는 전제를 달기도 했다. 이승엽은 이 마저도 마음 편하게 듣지 못했다.
이승엽은 “팀에 도움이 되지 못하는 ‘과거 스타’로 머물 순 없다”며 다시 힘을 냈다. 빠른 공에 대처하기 위해 타격 자세를 간결하게 손보는 변화도 마다하지 않았다.
올 시즌을 앞두고 그는 “지난 시즌 부진했던 기억 때문에 이번 스프링캠프에서 더 열심히 했다”며 “순조롭게 캠프를 마쳤고 좋은 감각을 가지고 시즌을 시작한다”고 밝혔다.
그리고 타율 0.280·20홈런을 ‘현실적인 목표’로 내세웠다.
류 감독은 시즌 시작 전 “이승엽을 6번타순에 기용하겠다”고 전했다. 3번 혹은 4번타자로 주로 나서던 이승엽에게는 자존심이 상할 법한 타순 배치였다.
하지만 이승엽은 “현재 내 실력에 가장 적합한 타순”이라며 이를 받아들였고, “6번타자라면 타율 0.280·20홈런은 쳐야 팀에 도움을 줄 수 있다”고 목표 설정의 이유를 밝혔다.
몸을 낮췄지만, 이승엽이 보여줄 수 있는 건 여전히 많았다. 이승엽은 목표로 내세운 20홈런을 훌쩍 넘긴 30홈런을 쳤다. 2001년 롯데 자이언츠의 펠릭스 호세가 기록한 최고령 30홈런(36세)을 넘어선 신기록이었다.
이어 “은퇴하기 전 꼭 한 번 달성하고 싶다”던 타율 3할·30홈런·100타점도 달성했다. 이 기록 역시 2001년 호세를 뛰어 넘은 역대 최고령 기록이다.
이승엽이 전성기 시절에 근접한 성적을 올리면서 삼성 타선에 힘이 실렸다.
류 감독은 정규시즌 4연패 원동력에 대해 이야기할 때 ‘이승엽의 부활’을 빼놓지 않았다.
이승엽은 “현재 팀에 꼭 필요한 선수여야 경기에 나설 수 있다”고 스스로 다그쳤고 “팀에 필요한 선수로 인정받는 시간을 한 해, 한 해 늘려가는 게 목표”라고 절실함을 드러냈다.
류 감독은 “이승엽은 여전히 가장 먼저 야구장에 나와 개인 훈련을 한다”며 “높은 위치에 있는 선수는 그 자리를 유지하기 위해 다른 선수보다 더 많은 노력을 해야 한다. 이승엽이 그걸 보여주고 있다”고 말했다.
이승엽은 화려한 과거를 잊고 오늘과 내일을 준비했다.
그리고 이승엽은 ‘진정한 노력은 배신하지 않는다’는 자신의 좌우명을 올해 다시 한 번 증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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