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회복세 너무 미약…체감경기 살려 국민 희망 줄 것”
“현재의 부동산 규제는 한여름 옷을 한겨울에 입고 있는 격이다.”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으로 내정된 최경환 새누리당 의원은 청와대 발표가 있었던 13일 자택 앞에서 기자들을 만나 내정 소감과 경제 정책 구상 등을 밝혔다.
최경환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내정자가 15일 오전 서울 종로구 금융감독원 연수원으로 출근한 뒤 점심식사를 하기 위해 건물을 나서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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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 후보자는 올해 4월 새누리당 원내대표로 교섭단체 대표연설을 할 당시에도 민생경기와 부동산경기 활성화를 위해 LTV, DTI 등 자금차입 규제를 지역별, 연령대별로 조정하는 등 합리화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한 바 있다.
그는 “우리 경제는 좀 더 커야 할 청장년 경제인데 조로(早老) 현상을 보이고 있다. 저성장 늪에서 고만고만하게 가면 결국 굉장히 가진 것 없는 늙은 경제가 될 우려가 많다”며 위기감을 드러냈다.
최근 경기에 대해서는 “좀 나아지려다가 세월호 때문에 주춤한 상황이다. 세계 경제와도 연관이 돼있어서 조금 회복하긴 하는데 너무 미약하다”며 “과거처럼 6∼8% 성장은 못 하겠지만 상당한 다이내믹스를 가지고 5∼10년은 가져가야 저출산·고령화 시대에 대응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최 후보자는 “정부 성공의 가늠자는 성장률 수치 같은 것이 아니라 일반 국민이 먹고살기 나아졌느냐다”라며 체감경기의 중요성을 여러 차례 강조했다.
이를 바탕으로 1기 경제팀이 이끈 지난 1년간의 한국 경제에 대해 “어려운 여건에서 나름대로 열심히 해서 성과를 냈지만 새 정부 들어와서 ‘뭔가 나아지겠구나’ 혹은 ‘나아졌구나’ 하는 희망의 메시지를 국민이 체감하게 하는 데는 미흡한 게 아닌가 싶다”고 평가했다.
그는 “새 정부 출범 뒤 지금까지 레일을 깔고 공약 로드맵을 만드는 등 고생한 것은 사실이지만 전반적으로 점검해 바꿀 것은 확 바꿔 분위기를 쇄신하면서 경제주체들에 희망을 주는 게 새 경제팀의 최대 과제”라고 말했다.
이어 “우리 경제 체질에 관한 보약은 계속 먹어야 하니까, 그건 그대로 속도감 있게 해나가겠다”고 덧붙였다. ‘경제혁신 3개년 계획’ 등 구조개혁 과제를 꾸준히 추진하면서도 때에 따라 단기적 효과를 낼 수 있는 정책을 마련하는 ‘투트랙 전략’으로 밀고 나가겠다는 의미다.
그는 절친한 사이로 알려진 안종범 청와대 경제수석 내정자와 ‘작품’을 하나 만들 것이라며 “체감경기 살릴 정책 아이디어 같은 것은 청문회 혹은 그 이후에 이야기하겠다”고 예고했다.
최 후보자는 정부 정책과 재정보다 시장의 움직임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우리 경제의 4분의 3이 시장이고 4분의 1이 재정이다. 재정이 아무리 뭘 해본들 크게 기여하는 시대는 지났고 시장이 응답해야 한다”며 “시장과 호흡하면서 정책을 하고 신뢰를 줘서 끌고 가지 않으면 효과를 볼 수 없다”고 힘줘 말했다.
최근 꾸준히 하락세를 보이고 있는 원·달러 환율에 대해서는 “경상수지 흑자만 보면 (원화강세) 그런 요인도 있지만, 환율은 가격변수라 민감해서 이렇다 저렇다 단정적으로 말하기가 어렵다”고 말했다.
그는 “지금껏 한국은 수출해서 일자리를 만들어야 하니까 국민이 구매력에서 손해를 보더라도 고환율을 강조했는데, 이제는 그렇게 경제가 성장해도 국민에게 돌아오는 게 없다는 인식이 생기고 있다”며 “지식경제부 장관 시절에도 경상수지 흑자가 나면 좋긴 하지만, 그 효과가 국민 삶의 질 문제로 나타날 수 있도록 하는 정책을 고민해야 한다고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정치인 출신으로서 그동안 미흡했던 경제 컨트롤타워로서의 부총리 위상이 강화될 것이라는 기대에 최 후보자는 “지난 1년간 여야 관계의 파고가 극도로 높을 때 여당 원내대표를 하면서 모두가 어려울 것이라고 했던 예산안과 외국인투자촉진법, 기초연금법 등을 패키지 딜로 처리하고 나왔다”라며 조율과 협상에 대한 자신감을 나타냈다.
이날 최 후보자는 경제부총리라는 자리를 맡게 된 데 대해 “십자가를 지고 가는 느낌이다. 잔뜩 기대들을 하고 있는데, 어떻게 할까 하는 걱정이 많은 것이 사실”이라며 무거운 책임감을 느끼고 있다는 속내를 비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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