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동 점령한 ‘요우커’…상권지도도 바꿨다

명동 점령한 ‘요우커’…상권지도도 바꿨다

입력 2014-12-01 00:00
수정 2014-12-01 09: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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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거킹 등 터줏대감 밀려나고 화장품 매장 특수

서울 명동에서 나름 ‘터줏대감’ 역할을 해 온 업체들이 하나 둘씩 명동 점포 문을 닫고 있다.

1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최근 수년 임대료 상승으로 수익성이 나빠져 외식업체 등이 점점 명동을 떠나고, 그 빈자리를 요우커(遊客)로 불리는 중국인 관광객이 많이 찾는 화장품 매장 등이 채우고 있다.

요우커 특수
요우커 특수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회의 기간인 5~11일 전후로 회의 장소인 중국 베이징 일대의 주요 기업과 학교가 휴무·휴교함에 따라 중국인 관광객 입국이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7일 오후 서울 중구 롯데면세점이 중국인 관광객들로 붐비고 있다.
연합뉴스
부동산컨설팅사 쿠시먼앤드웨이크필드(C&W)에 따르면 올해 명동 상권의 1㎡당 월평균 임대료는 작년(75만60원)보다 17.6% 오른 88만2천288원으로 세계 8위다.

1985년 명동에서 유동 인구가 가장 많은 유네스코길에 문을 연 버거킹 명동점은 29년 역사를 뒤로하고 지난달 15일 문을 닫았다.

버거킹 명동점은 1980∼1990년대 젊은이들 사이에서 ‘만남의 광장’으로 인기를 끌었다. 그러나 명동이 중국 등 외국 관광객 위주 상권으로 바뀌자 점차 설 자리를 잃었다.

버거킹이 나간 자리에는 중국인 관광객들에게 인기가 높은 화장품을 파는 네이처리퍼블릭 매장이 들어왔다.

버거킹 측은 “명동은 쇼핑하러 오는 중국인 등 외국인 관광객이 많아 매장 수익률이 높지 않았다”며 “더 좋은 상권으로 이동하려고 전략적인 차원에서 명동점의 문을 닫았다”고 설명했다.

명동의 유일한 대형서점이었던 영풍문고 명동점도 개점 약 5년 만인 지난달 31일 문을 닫았다.

건물주와 계약이 끝난데다 인근에 있는 종로점에 집중하려고 명동을 떠나는 것이지만, 유동인구중에 중국인 관광객의 비중이 점점 더 높아지고 있는 최근 상황도 영향을 미쳤다는 게 영풍문고의 설명이다.

영풍문고가 있던 명동 눈스퀘어 지하 2층에 입점할 업체는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명동은 중국인 관광객이 홍수처럼 몰려들자 제조·유통 일괄화(SPA) 의류 브랜드의 최대 격전지의 하나로 떠올랐다. 그러나 치솟는 임대료와 치열한 경쟁 탓에 명동 점포를 정리하는 브랜드도 속출하고 있다.

유니클로는 지난 9월 21일 명동점을 폐점했다. 2007년 문을 연 유니클로 명동점은 연면적 1천880㎡ 규모 대형 매장으로 유니클로의 대표 매장 중 하나였다.

인근에 명동중앙점이 있어 영업 효율화 차원에서 매장을 철수했다고 유니클로 측은 설명했다. 유니클로가 있던 자리에는 LF의 남성 캐주얼 브랜드 TNGT가 들어왔다.

앞서 2009년에는 50여년간 자리를 지켜온 제화업체 에스콰이아의 명동 본점이 간판을 내렸다. 크리스피 크림 도넛의 국내 안테나숍 역할을 한 명동점은 오픈 7년 만인 지난해 7월 문을 닫았다.

버거킹 자리에 네이처리퍼블릭이 들어왔듯 명동의 빈자리를 화장품 가게가 거의 다 차지했다. 밀려오는 요우커들 덕분에 브랜드 별로 명동 지역 매장에서만 월 매출 수십억원을 올리는 것으로 알려졌다.

소상공인 상권정보시스템에 따르면 2012년 6월 명동에 있는 화장품 소매점 수는 38개였지만 약 2년만인 지난달에 127개로 늘었다.

현재 명동 상권의 화장품 브랜드 별 점포 수는 네이처 리퍼블릭 10개, 이니스프리 8개, 잇츠스킨 7개, 더페이스샵·에뛰드하우스·토니모리 각 6개 등이다.

네이처리퍼블릭은 우리나라에서 개별공시지가 기준으로 가장 비싼 땅(1㎡당 7천700만원)인 서울 중구 충무로 1가 24-2번지 자리를 꿰차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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