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희 삼성그룹 회장.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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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따라 이 회장에게 부과될 과징금은 금융실명제법에 의거, 자산의 50%인 30억9천만원이 될 것으로 보인다.
금융감독원의 ‘이건희 차명계좌 확인 태스크포스(TF)’는 지난달 19일부터 2주간 4개 증권사의 본점과 문서보관소, 한국예탁결제원, 코스콤 등에 대해 1993년 8월 12일 실명제 시행 전에 개설된 이 회장의 차명계좌 자산을 검사한 결과 이같이 나타났다고 밝혔다.
증권사별로 신한금융투자 13개 계좌에 26억4천만원, 한국투자증권 7개 계좌 22억원, 미래에셋대우 3개 계좌 7억원, 삼성증권 4개 계좌 6억4천만원이다.
이를 현재 가치로 평가하면 2천369억원(2월 26일 현재 삼성전자 주가 236만9천원 기준)에 달하지만, 과징금은 실명제 시행 당시인 1993년 8월 기준으로 부과된다.
이 회장 자산의 대부분은 삼성그룹 계열사, 특히 삼성전자의 주식이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삼성그룹 지배 구조의 연결 고리인 삼성생명 주식은 당시 계좌에 없었다.
검사 대상 증권사는 1천500개에 육박하는 이 회장의 차명계좌 가운데 법제처가 과징금 부과 대상으로 지난달 13일 유권해석한 27개 계좌가 개설된 곳이다.
법제처는 금융실명제 실시(긴급재정경제명령) 전 개설됐다가 긴급명령이 금융실명법으로 시행된 1997년 12월 이후 실제 주인이 밝혀진 차명계좌에 과징금을 매겨야 한다는 의견을 금융위원회에 전달한 바 있다.
TF는 신한금융투자와 한국투자증권, 미래에셋대우 등 3개 증권사의 차명계좌 23개에서는 매매거래 내역 등을 확보해 계좌별 보유자산의 세부 내역을 확인했다.
23개 계좌의 매매내역은 한국예탁원 주주명부 등을 통해서도 확인한 내용이다.
TF는 그러나 삼성증권 4개 계좌에 대해서는 실명제 시행 이후 거래내역 자료의 일부가 존재하지 않아 계좌별 보유자산 세부내역을 확인하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TF는 삼성증권 계좌의 매매거래내역 확보 및 자산총액 검증을 위해 삼성증권에 대해서 검사를 1주일 연장하며, 필요하면 추가 연장하기로 했다. 검사반은 정보기술(IT) 전문인력을 중심으로 5명으로 편성된다.
김도인 금감원 부원장보는 다만 “추가 검사로 삼성증권에 있는 이 회장의 자산 총액이 늘어날 가능성은 없어 보인다”고 말했다.
앞서 4개 증권사는 지난해 11월 금감원 검사에서 이 회장의 차명계좌 기록이 폐기됐다고 보고한 바 있다.
통상 금융사들은 상법상 상업장부 보존 기한인 10년까지 계좌기록을 보관한다. 이전 기록은 법률상 의무가 없어 금융사가 자료를 보관할 수는 있지만 보관해야 할 의무는 없다.
김 부원장보는 “이번에 확인한 자료는 증권사의 백업센터와 문서보관소에 있는 것을 별도로 확인한 것”이라며 “증권사들이 고의로 허위 보고했다고 볼 수 없어 책임을 묻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설명했다.
이번에 TF가 이 회장의 과징금 부과 대상 자산을 확인하면서 부과 방법 등에 대해 관심이 쏠린다.
현재로서는 차명계좌가 개설된 증권사가 먼저 국세청에 납부한 뒤 이 회장 측에 구상권 등을 청구하는 방안이 거론된다.
이에 대해 김 부원장보는 “금감원은 과징금 부과 제척 기한이나 부과 과정을 결정하는 기관이 아니며, 해당 사안은 국세청 등에서 결정해야 할 사안”이라고 밝혔다.
원승연 금감원 부원장은 “그간 금감원이 이 회장 차명계좌에 대해 선제적으로 대응하지 못했다는 비판을 겸허히 받아들인다”며 “과징금 부과절차가 조속히 진행될 수 있도록 국세청 등 관계기관과 최대한 협력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금융당국은 이날 금융실명제 시행 이후 개설된 차명계좌에 대해서도 과징금을 부과하기 위해 금융실명법 개정안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이 회장을 기점으로 다시금 불거진 차명계좌에 대해 제재의 강도가 한층 더 높아질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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