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FTA 개정 협상 영향은
정부 “철강·FTA 연계 피해 최소화”美 농업 거론 땐 쇠고기로 대응 가능
미국이 우리나라를 포함한 수입 철강·알루미늄에 관세 부과를 결정한 가운데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개정 협상에서도 치열한 수싸움을 예고하고 있다. 한·미 모두 겉으로는 ‘연계 전략’을 내세우고 있지만 그 셈법은 판이하게 다르기 때문이다.
미국은 8일(현지시간) 관세 부과 조치를 발표하면서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 재협상 대상국인 캐나다와 멕시코를 제외했다. 하지만 ‘NAFTA 재협상에서 합의에 도달한다면’이라는 단서가 달렸다. 관세 부과 조치를 NAFTA 재협상의 지렛대로 삼겠다는 뜻을 분명히 한 것이다. 미국이 오는 23일까지 관세 대상국과의 추가 협의 가능성을 열어둔 것도 같은 맥락으로 풀이된다.
이는 한·미 FTA 개정 협상에도 적용될 가능성이 높다. 양국은 이달 중 3차 개정 협상을 진행할 예정이다. 개정 협상이 미국 측의 요구가 대폭 반영되는 방향으로 진행된다면 철강·알루미늄 관세에서 일정 부분을 양보할 수 있다는 의미로 해석 가능하다. 백운규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9일 미국의 관세 부과에 대해 “한·미 FTA 개정 협상에서 협의하겠다”고 했다. 정부가 FTA 개정 협상을 지렛대로 삼아 철강에 대한 관세 부과를 최소화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양측 모두 ‘실보다 득’이 많아야 한다는 계산이 깔려 있다고 볼 수 있다. 미국은 지난 1·2차 협상에서 자동차 시장 추가 개방 등을 집중 거론한 것으로 알려졌다. 여기에 미국이 철강 관세까지 연계한 다양한 협상 카드를 테이블에 올리며 압박할 가능성이 높다. 다음 표적은 제약이나 지식재산권이라는 게 중론이다. 우리 정부가 “레드 라인”이라고 정한 농업까지 추가 개방을 요구할 수 있다는 얘기도 나온다. 우리 입장에서는 ‘투자자·국가 분쟁해결제도’(ISDS)는 물론 미국이 민감하게 여기는 쇠고기 수입 문제로 대응할 수밖에 없다.
송기호 민변 국제통상위원장은 “(미국이) 자신들의 이익을 일방적으로 관철시키려는 것”이라면서 “한·미 FTA 협상에서 단호하게 대응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김형주 LG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우리 입장에서는 철강 관세 논란을 장기화하면서 기존의 FTA 구도를 방어적으로 가져가는 게 유리하다”고 강조했다.
세종 황비웅 기자 stylist@seoul.co.kr
2018-03-10 8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