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전시로 파손 우려” vs “정상적 문화 교류”
대만이 타이베이 고궁박물원에 소장 중인 당나라 명필 안진경(顔眞卿)의 서예 작품을 일본에 일시 대여하자 중국인들이 불쾌감을 드러내며 분개했다.16일 연합보 등 대만 언론에 따르면 일본 도쿄의 국립미술관은 이날부터 내달 24일까지 안진경의 대표작으로 알려진 제질문고(祭姪文稿)를 전시한다.
이번 전시회를 위해 대만 고궁박물원은 제질문고를 일본 국립미술관에 단기 대여했다.
1천200여년 전에 쓰인 제질문고는 안진경이 안녹산(安祿山)의 반란군에 살해당한 조카를 위해 쓴 제문의 초고로, 조카를 잃은 비통한 심정을 담고 있다.
중국의 대표적 명필인 안진경이 남긴 3대 작품 중 하나인 제질문고는 동양권에서 행서(行書)체 서예 작품의 걸작으로 꼽힌다.
제질문고의 일본 전시회 소식이 알려지자 중국 인터넷에서는 대만을 향한 비난 여론이 비등하고 있다.
시나닷컴 웨이보(微博·중국판 트위터)에서 제질문고 관련 글의 조회 수는 2억6천만 건을 넘겼고, 누리꾼이 쓴 글도 17만여 건에 달했다.
중국 본토에서는 엄격한 보전을 위해 명나라 이전의 회화·서예 작품의 해외 전시를 금지하고 있어 중국 누리꾼들은 해외 전시 자체에 큰 반감을 드러내고 있다.
‘쑹다체쯔’(宋大茄子)라는 아이디를 쓰는 누리꾼은 “제질문고는 중국인의 국보로 1천200년이나 된 것”이라며 “이미 약해 광선이나 진동에 취약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일부 누리꾼들은 “무력으로 대만을 수복하자”는 글을 올릴 정도로 반발 여론이 극심한 분위기다.
대만 고궁박물원에 소장된 문화재 중 상당 부분은 1949년 국민당이 대만 섬으로 패주할 때 본토에서 가져간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일각에서는 제질문고의 일본 대여가 이 같은 역사적 사실을 다시 환기하면서 중국인들의 분노를 더욱 자극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다만 중국 내에서도 제질문고의 일본 대여를 우수한 중화권 문화재를 세계적으로 알리는 정상적인 문화 교류의 일환으로 볼 필요가 있다는 차분한 목소리도 있다.
상하이 박물관의 큐레이터인 링리중은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에 “박물관끼리 전시품을 빌리는 일은 매우 일반적인 것으로 정상적인 문화 교류”라며 “나 또한 언젠가 그 작품이 상하이 박물관에서 전시될 수 있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