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0년 이란서 ‘영화 촬영’ 위장해 미국인 6명 구출
지난 2012년 영화 ‘아르고’ 시사회에서 포스터 앞에 선 앤토니오 조셉 멘데스.
AFP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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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P통신 등은 CIA서 함께 일한 동료였던 그의 아내 조나의 말을 인용해 파킨슨병을 앓고 있던 멘데스가 메릴랜드주의 한 요양원에서 세상을 떠났다고 20일 전했다.
어린 시절 광부였던 아버지를 사고로 잃은 멘데스는 학비를 내지 못해 콜로라도 대학을 중퇴하고 한 방위산업체에서 미사일 부품을 그리는 일을 하다 1965년 CIA에 들어갔다.
이후 25년간 수많은 작전을 수행한 멘데스가 ‘위장의 대가’(Master of Disguise)라는 호칭을 얻은 계기는 1980년 1월 27일 이란 테헤란에서 호메이니 혁명정부의 인질로 잡혀 있던 미 대사관 직원 6명을 구출해낸 일이다.
멘데스는 아일랜드 출신 캐나다인 영화제작자로 위장하고 ‘아르고’라는 공상과학(SF) 영화를 찍는다는 명목으로 인질들이 있는 테헤란 캐나다 대사관에 들어갔다.
구출팀은 실제 영화감독과 특수분장전문가의 도움을 받아 인질들을 영화사의 캐나다 국적 직원들로 변장시키고 테헤란 메흐라바드 공항에서 여객기에 태워 스위스 취리히로 탈출시키는 데 성공했다.
영화 ‘아르고’는 멘데스가 2000년 펴낸 회고록 ‘위장의 대가’에서 밝힌 이 기발한 구출 작전의 전말을 각색, 활주로 추격 장면 등 실제로는 없었던 긴장 요소를 더해 만들어졌다.
작전이 성공한 후 백악관에서 카터 대통령을 만나 CIA 최고 영예 중 하나인 ‘인텔리전스 스타’ 훈장을 받은 멘데스는 1990년 2성 장군급 지위로 은퇴했다. 1997년 CIA 창설 50주년을 맞아 선정된 ‘50인의 개척자’ 명단에 들기도 했다.
‘아르고’를 연출하는 동시에 주인공 멘데스를 연기했던 영화감독 겸 배우 벤 애플랙은 19일 트위터에 멘데스가 “진정한 미국의 영웅”이며 “자신의 업적이 주목받기를 바라기보다 그저 나라를 위해 봉사한 사람이었다”고 추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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