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의사당 ‘노예제 옹호’ 리 장군 동상 110년 만에 철거

美 의사당 ‘노예제 옹호’ 리 장군 동상 110년 만에 철거

김정화 기자
입력 2020-12-22 20:52
수정 2020-12-23 0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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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부연합군 사령관… 인종차별의 상징
‘흑백 분리교육 항의’ 존스 동상 세울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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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 연방의회 의사당에서 남북전쟁 당시 노예제를 옹호했던 남부연합군 사령관 로버트 리의 동상이 철거되고 있다. 워싱턴DC 로이터 연합뉴스
21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 연방의회 의사당에서 남북전쟁 당시 노예제를 옹호했던 남부연합군 사령관 로버트 리의 동상이 철거되고 있다.
워싱턴DC 로이터 연합뉴스
미국에서 과거 노예제를 옹호했던 남부연합군의 사령관 로버트 리(1807~1870)의 동상이 21일(현지시간) 워싱턴DC 의회의사당에서 철거됐다. 워싱턴포스트(WP) 등은 의사당 건물 안에 1909년부터 110년 넘게 서 있던 리 장군의 동상이 이날 새벽 3시쯤 철거됐다고 밝혔다. 의사당에는 50개 주에서 2명씩 고른 인사의 동상이 서 있는데 리 장군은 미 초대 대통령 조지 워싱턴과 함께 버지니아주를 대표하는 동상이었다.

이번 철거는 민주당 소속 랠프 노덤 버지니아 주지사가 주의회 산하 위원회의 결정에 따라 요청한 것이다. 위원회에서는 노예제 존속을 위해 싸웠던 인사가 다양성이 추구되는 현시점에는 주를 대표하는 상징이 될 수 없다고 결정했다.

지난 5월 흑인 남성 조지 플로이드가 백인 경찰의 무릎에 목이 눌려 숨지는 사건으로 인해 인종차별 반대 시위가 전 세계로 퍼지면서 남부연합군을 이끈 장군들에 대한 재평가도 이뤄지고 있다. 지난해 동상 철거를 요구한 제니퍼 웩스턴 하원의원 등은 성명을 내고 “역사적이자 한참 전에 이뤄졌어야 할 순간”이라면서 “리 장군 동상은 분열과 압제, 인종주의 유산으로 미국 역사의 어두운 시대를 기념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리 장군의 동상이 서 있던 자리에는 1951년 당시 16세로 흑인 학생에 대한 처우를 문제 삼으며 시위에 나섰던 바버라 존스의 동상이 들어설 가능성이 크다. 존스의 사건은 흑인과 백인의 분리교육을 금지한 미 연방대법원의 유명한 ‘브라운 대 교육위원회’ 판결에 영향을 미쳤다.

김정화 기자 clean@seoul.co.kr

2020-12-23 2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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