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미 작가 새달 개인전
“완벽한 인간을 그리는 작업은 내겐 불온한 상상이다. 완벽한 인간의 인체는 허상이거나 가식일 뿐이다. 완전한 상상은 그림 위에 뭉개지고 덧칠돼 켜켜이 쌓인 부조리한 인체들이다.”슬픔을 이긴 사람들(2017)
고통을 이기는 사람들(2018)
외아들인 오빠가 심장병으로 숨지면서 가족의 혹독한 역사는 시작됐다. 대를 잇기 위해 씨받이를 들이고 아버지의 학대가 이어지면서 가족은 산산이 파괴된다. 작가는 흩어진 고통의 기억을 꿰매 서로를 위로하거나 생각에 잠기거나 슬픔을 이겨낸 인간 군상들을 화폭에 일으켜 세웠다.
김 작가는 “가부장제의 형식적이고 가식적인 관습을 통해 대를 이으려 하면서도 가족들에게 폭력을 가하는 가장의 모순은 왜곡된 인간을 그리는 내 작업의 뿌리”라며 “이를 통해 인간이 가진 본래의 잔인함이 얼마나 깊고 절망적인가를 묻고 싶다”고 했다.
하지만 작가가 결국 이른 곳은 이해, 용서와 위로의 경지다. 경계도 분명치 않은 혼란스러운 형상이지만 그가 손가락으로 위로하고 피워낸 인체의 모습과 어둠에서 밝음으로 나아가는 색채에는 작가의 내면을 반영하듯 담담한 아름다움까지 서려 있다.
김영미는 오는 4월 12일 미국 뉴저지주의 복합문화공간 샌디 베넷 아트 갤러리 버건 퍼포밍 아트센터에서도 작품을 전시할 예정이다. 다음달 피아니스트 조성진의 연주가 열리는 장소이기도 하다. 일요일 휴관. (02)544-2639.
정서린 기자 rin@seoul.co.kr
2018-02-26 22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