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태인 자기대화】 슈물리 보테악 지음 알에이치코리아 펴냄
다양한 소셜네트워크 서비스(SNS)는 물리적 거리감 없이 세계를 연결한다. TV와 스마트폰 같은 수단으로 최신 소식을 신속하게 전달받는다. 세상과 소통하고 있다고 생각하지만, 대부분 수동적으로 듣고 보기만 한다. 상대와 생각을 주고 받으면서 대화할 시간은 적다. 내가 진짜로 하고 싶은 것은 무엇인지, 지금 이 모습이 정말 원하던 것인지에 대해, 곰곰이 생각할 시간은 더욱 짧다. 유대교 랍비이자 칼럼니스트로 활동하는 슈물리 보테악은 “자신의 신념과 감정을 깊이 느끼는 사람만이 다른 사람들에게 자신의 주체적인 생각과 의견을 전달할 수 있다.”고 주장하면서 ‘유태인 자기대화’(김선아 옮김, 알에이치코리아 펴냄)에서 능동적이고 깊이 있는 사고를 유도한다.‘자기 대화’라고 불리는 이 사고방법을 슈물리는 다양한 사례를 들어 세세하고 친절하게 소개한다. 성공한 사업가 게리는 다른 여자와 1년 넘도록 불륜관계를 맺었던 것이 들통나 부부상담을 받으러 왔다. 바람피운 이유를 묻자 당연하다는 듯이 말했다. “새로운 사람과 관계를 가져보고 싶었죠.” 얼핏 그럴 싸하게 들린다. 그런데 그 주장이 맞다면 불륜상대와는 어떻게 1년 넘게 만날 수 있었을까.
남편의 관심과 애정에 허기진 나탈리는 그 공허함을 쇼핑으로 채운다. 값비싼 핸드백을 자랑하면서 “이것이야말로 나를 행복하게 한다.”고 말한다. 그러나 물질이 가져다주는 만족감은 오래가지 않는다. 쇼핑에 엄청난 돈을 쏟는 악순환만 계속된다.
이들의 문제는 무엇인가. 끝없는 갈망이다. 갈망은 영원히 채워질 수 없다. 인간의 욕구는 만족을 모르는 탓이다. 그런 갈망의 속성을 인정하고, 차라리 새롭게 받아들이는 게 낫다. 슈물리는 갈망의 원인과 대상이 무엇인지 생각해보고 실제적이고, 오래도록 변함없는 가치를 주는 것을 찾아 갈망을 해소하라고 조언한다.
저자가 제안하는 자기 대화는 ‘자아를 정당하게 다루어라.’ ‘축복 같은 존재가 되어라.’ ‘항상 질문하라.’ 등 열 가지. ‘죽음에 맞서 싸워라.’거나 ‘고난을 추구하라.’ 같은 말은 언뜻 이해하기 어려워 보이지만, 책에서 소개하는 자기 대화 방식은 생각의 깊이를 더하고, 삶을 되돌아보게 하는 원동력이 될 만하다. 1만 3500원.
최여경기자 kid@seoul.co.kr
2012-12-15 19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