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한길 탈당…박지원·동교동계·정대철 등 호남권 추가탈당 예고
더불어민주당이 3일 김한길 전 공동대표의 탈당으로 인해 새해 벽두부터 또다시 분열상을 드러내며 분당의 길로 급속히 빨려들고 있다.주류는 탈당이 예견된 상황이었다며 애써 의미 축소를 시도했지만 비주류의 수장격인 김 전 대표의 탈당은 안철수 의원과 함께 더민주의 전신인 새정치민주연합의 공동창업주 모두 당을 떠났다는 것을 의미해 상당한 내상이 불가피해 보인다.
김 전 대표는 안 의원을 중심으로 무소속 천정배 박주선 의원 등 각자도생하고 있는 신당 창당파 간 통합의 매개체 역할을 맡을 공산이 커 야권 내 새로운 통합신당 출범에 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특히 김 전 대표에 이어 호남의 맹주 박지원 의원을 필두로 권노갑 상임고문의 동교동계, 정대철 상임고문의 구(舊) 민주계 등 호남권도 연쇄탈당 행렬에 나설 것으로 보여 야권의 핵분열이 가속화하고 있다.
◇공동창업주 공히 탈당후 신당창당 협력 = 작년 3월 김 전 대표와 안 의원이 손잡고 출범한 새정치민주연합은 1년9개월 여만에 막을 내렸다. 두 사람이 탈당이라는 극약처방을 내린 뒤 당밖에서 새로운 정치질서 재편에 나선 반면 새정치연합은 더불어민주당으로 간판을 바꾸고 총선 채비를 서두르고 있는 것이다.
김 전 대표는 지난달 13일 안 의원의 탈당 이후 당을 떠난 9번째 현역 의원이다. 일찌감치 탈당한 천정배 박주선 의원까지 포함하면 탈당파는 모두 11명이다.
김 전 대표는 어지럽게 진행중인 야권의 신당 창당 세력을 안 의원을 중심으로 하나로 묶어내는 통합신당 창당의 산파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이 과정에서 문재인 대표의 친노(친노무현)·주류 측과 치열한 주도권 다툼이 예상된다.
그는 이날 탈당 선언문에서 ▲패권에 굴종하지 않으면 척결대상으로 찍히는 정치 ▲계파의 이익을 위해서라면 물불을 가리지 않는 정치를 극복할 정치로 꼽으며 문 대표를 정면 비판했다.
독자 창당 행보를 걷고 있는 신당파는 김 전 대표의 탈당이 신당 세력 간 통합의 촉매제 역할을 할 것이라고 기대감을 표시했다. 신당 세력은 조만간 김 전 대표와 만나 통합 문제를 논의할 것으로 전해졌다.
박주선 의원은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김 전 대표는 분열된 각자 신당 추진이 곤란하고 힘을 모아야 한다는 생각을 일관되게 밝혀왔다”며 “통합신당을 만드는 데 큰 역할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지원 등 호남권 연쇄이탈 가시권 = 호남권의 더민주 이탈도 가속화할 것으로 보인다.
박지원 전 원내대표는 선거구획정 문제가 마무리되는 오는 8일 이후 탈당을 결행할 가능성이 높다. 그는 자신의 트위터에 “수십년만에 정의와 승리의 통합을 해오던 호남에서 5분6열 패배 분열의 길로 치닫고 있는 현실은 견딜 수 없는 고통”이라고 말했다.
고(故) 김대중 전 대통령의 동교동계는 주중 탈당 가능성이 높다. 권노갑 상임고문과 이훈평 전 의원 등 동교동계 인사 10여명은 전날 회동을 갖고 탈당 입장을 재확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대철 상임고문 역시 동교동계와 보조를 맞추며 옛 ‘민추협’ 인사와 전직 의원들의 집단 탈당을 준비하고 있다. 동교동계와 정 고문은 4일 회동할 것으로 알려졌다.
손학규계인 김유정 전 의원은 4일 탈당과 광주 북갑 출마를 선언하고, 김하중 전 새정치민주연합 법률위원장도 탈당해 ‘안철수 신당’에 참여하기로 했다.
◇주류 “예견된 일” 의미 축소 = 주류 측은 김 전 대표의 탈당이 예견된 일 아니었느냐는 입장을 보였다.
진성준 전략기획위원장은 “조기선대위를 꾸려 당을 수습하자는 총의가 모아졌음에도 탈당을 결행해 유감스럽다”며 “어차피 예고된 탈당인 만큼 파괴력이 더 커지진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주류 측에서는 호남권 일부를 제외하면 추가 탈당이 사실상 마무리 국면에 접어든 것이라는 관측도 내놓고 있다.
주류 측 한 의원은 “일부에서 관측하듯이 집단탈당이 현실화되진 않을 것”이라며 “앞으로는 지지율이나 민심의 추이가 탈당에서 더 중요한 변수가 되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문 대표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탈당해서 비게 되는 지역에 대해서는 과감하게 새로운 인물을 내세우겠다”고 언급해 정면 승부를 예고했다.
문 대표가 김 전 대표의 탈당 회견이 있던 이날 오후 인재영입 2호인 김병관 웹젠 의장의 입당식을 치른 것도 새 피 수혈을 통해 승부를 보겠다는 의지의 표현으로 보인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