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21일 서울 서초구 서울성모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된 고 한승헌 전 감사원장 빈소를 찾아 조문하고 있다. 2022. 4. 21 박지환 기자
문 대통령은 이날 한 전 원장 빈소 조문을 마치고 페이스북을 통해 “김대중 정부와 노무현 정부에서 중요한 직책들을 맡으셨지만, 당신은 영원한 변호사였고, 인권 변호사의 상징이었으며, 후배 변호사들의 사표였다”며 이같이 밝혔다.
그러면서 문 대통령은 한 변호사와 깊었던 인연도 밝혔다.
문 대통령은 “한 변호사님과 인연은 제가 변호사가 되기 훨씬 이전으로 거슬러 간다”면서 “대학 4학년 때 유신반대 시위로 구속되어 서대문 구치소에서 감방을 배정받았던 첫날, 한순간 낯선 세계로 굴러떨어진 캄캄절벽 같았던 순간, 옆 감방에서 교도관을 통해 새 내의 한 벌을 보내주신 분이 계셨는데 바로 한 변호사님이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어떤 조사(弔辭)’라는 글로 반공법 위반으로 잡혀와 계셨을 땐데, 그렇게 저와 감방 동기가 된 것”이라면서 “가족과 오랫동안 면회를 못해 갈아입을 내의가 무척 아쉬울 때였는데, 모르는 대학생의 그런 사정을 짐작하고 마음을 써주신 것이 그때 너무나 고마웠고, 제게 큰 위안이 됐다”고 부연했다.
당시 한 전 원장은 유럽 간첩단 사건으로 사형을 당한 김규남 의원의 죽음을 애도하는 ‘어떤 조사(弔辭)’를 자신의 저서에 수록했다는 이유로 구속됐다.
문 대통령은 “꽤 많은 세월이 흘러 제가 변호사가 된후까지도 엄혹한 시절이 계속되어 저도 인권 변호 활동을 하게 되었고, ‘노무현 변호사’가 대우조선사건으로 구속되었을 때 저와 한 변호사님은 공동 변호인이 됐다”면서 “‘노무현 대통령’이 헌법재판소에서 탄핵 재판을 받을 때는 공동대리인이 되어, 한 변호사님은 변론을 총괄하고 저는 대리인단의 간사 역할을 했으니, 인생은 참으로 드라마틱하다”고 했다.
그러면서 “손꼽아보니 한 변호사님과의 특별한 인연이 50년 가까이 됐다. 저를 아껴주셨던 또 한 분의 어른을 떠나보내며 저도 꽤 나이를 먹었음을 실감한다”면서 “삼가 영원한 평화와 안식을 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