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거리 늘리고 중량 유지… 정부, 전략적선택
한미 양국이 미사일 지침 협상을 탄도미사일의 사거리는 800㎞로 늘리고 중량은 현재(500㎏)대로 유지하는 방향으로 타결하면 이는 정부의 전략적 선택에 따른 것으로 분석된다.주변국 반발 등을 우려, 한반도 전역을 커버하는 수준 정도로만 사거리는 늘리고 탄두 중량은 현상 유지했다는 이유에서다.
지난해 협상에 들어갔을 때 정부 안팎에는 이번 개정을 통해 최소 사거리 1천㎞와 탄두 중량 1천㎏는 확보해야 한다는 주장이 많았다. 사거리는 제주도에서도 한반도 전역을 커버할 수 있는 수준이 돼야 하는데 사거리가 늘면 정확도가 떨어지므로 탄두를 늘려 파괴력을 높여야 한다는 논리에서다.
그러나 미측은 이런 요구에 부정적인 태도를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사거리의 경우 미측은 북한의 지상군 병력이 평원선(평양~원산) 이남에 집중돼 있고 중국, 일본 등 주변국이 반대하고 있다는 점 등을 이유로 사거리의 급격한 확대에 반대 의견을 표명했다. 이런 이유로 미측은 550~600㎞ 정도를 사거리 협상안으로 고수했다는 말이 있다.
탄두 중량의 경우에도 500㎏ 이상으로 확대할 경우 이론적으로는 핵탄두 탑재도 가능하다는 이유로 반대한 것으로 전해졌다. 기술적으로 500㎏ 이상은 핵탄두 탑재가 가능하다는 상징성이 있으며 이런 이유로 미사일기술통제체제(MTCR)에서도 수출ㆍ기술 이전을 500㎏ 이하로 제한하고 있다.
한미간의 이런 입장차 때문에 지난해 협상이 시작된 이후 한동안은 진전이 없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따라 협상 창구도 외교통상부에서 국방부로, 다시 청와대로 넘어갔다.
청와대는 지난 4월 북한의 장거리 로켓 발사 이후 탄도미사일 사거리가 한반도를 커버할 수 있는 최소 수준(800㎞)은 돼야 한다고 미측에 강하게 요구했다. 이 과정에서 정부 인사들은 “현 정부 들어 한미관계가 최상이라고 하는데 그럼 성과가 있어야 하는 것 아니냐”며 미측을 압박하기도 했다.
특히 사거리를 800㎞로 확대해도 사실상 주변국은 사거리 내에 포함되지 않는다는 점 등의 정부 논리에 미측이 수긍하면서 사거리 확대는 800㎞로 수렴된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한 외교소식통은 “사거리는 군사적 측면도 있지만 주권 측면에서의 상징성도 크다”면서 “800㎞가 되면 대전을 기준으로 북한 지역 전역이 커버된다”고 밝혔다.
탄두 중량이 현행대로 500㎏으로 유지하는 방향으로 협의가 된 것도 사거리 확대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탄두 중량을 현행 유지한 데는 미사일 협정 개정에 대한 주변국의 우려도 감안한 것으로 관측된다.
다른 외교 소식통은 “필요 이상으로는 가질 이유가 없고 우리 방위에 충분한 수준을 가지면 된다는 것이 정부의 입장”이라고 전했다.
정부는 대신 미측에 무인항공기(UAV)의 탑재 중량은 대폭 상향을 요구했다. 이는 “탄도미사일과 달리 UAV는 기술이 계속 발전하고 있으며 이를 위한 장기적인 기반 마련이 필요하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미측도 정부의 요구를 일정 부분 수용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UAV의 탑재 중량이 1천㎏은 넘어설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
무인기 탑재 중량에 대해 한 정부 관계자는 “무인기는 기술 발전이 많이 되는데 현재 우리에게 필요하고 추후 무장도 할 수 있는 수준”이라고 밝혔다.
이밖에 정부는 민간로켓의 고체연료 사용문제, 로켓 시험 등과 관련된 검증 방법 등의 내용에 대해 미측과 막판 협의를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고체연료는 다음 협상 과제로 남게 될 가능성이 큰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