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대통령 “10주년 기념 만감 교차, 평화의 한반도 다시 시작하고파…이산가족 상봉도 더 늦출 수 없어”
유엔총회 연설과 크게 다르지 않아…기념사 초안 직접 ‘톤 다운’ 주문문재인 대통령은 26일 10·4 남북정상선언 10주년 기념식에서 2007년 10월 노무현 당시 대통령이 김정일 국방위원장을 만나 이뤄낸 10·4 정상선언의 이행을 역설하지 않았다.
문재인 대통령이 26일 서울 여의도 63컨벤션센터에서 열린 ‘10·4 남북정상선언’ 10주년 기념식에서 참석자들과 함께 국민 의례를 하고 있다. 문 대통령은 이날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상징색’인 노란색 넥타이를 멨고, 행사 참석자들은 ‘봉하쌀 생막걸리’로 축배를 들었다. 앞줄 왼쪽부터 한명숙 전 총리, 더불어민주당 문희상 의원, 이병완 노무현재단 상임고문. 두 번째줄 왼쪽부터 조명균 통일부 장관, 문 대통령 부인 김정숙 여사, 문 대통령, 노 전 대통령 부인 권양숙 여사.
안주영 기자 jya@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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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과 3개월 전 6·15 남북정상회담 17주년 기념식 때만 해도 문 대통령은 6·15 공동선언과 10·4 남북정상선언 등 남북 합의의 법제화를 언급했었다. 10·4 정상선언은 문 대통령이 참여정부 시절 노 전 대통령과 함께 만들어낸 결실이었다. 당시 대통령 비서실장으로서 문 대통령은 2차 남북정상회담 준비위원장을 맡아 의제와 공동성명, 합의문에 담아야 할 사항을 총괄적으로 준비했다.
자서전 ‘운명’에서 문 대통령은 10·4 정상선언이 채택됐던 그날의 감동을 ‘어디 가서 혼자 만세삼창이라도 하고 싶었다’고 표현했다. 그만큼 10·4 정상선언에 대한 문 대통령의 애착은 남달랐다.
문 대통령은 “10·4 정상선언 10주년을 기념하는 자리에 서니 만감이 교차한다”며 “남과 북의 그 벅찬 합의와 감격으로부터 평화의 한반도를 다시 시작하고픈 마음이 간절하다”고 안타까워했다. 그러나 “이 위기를 넘어서야 10·4 정신으로 돌아갈 수 있다”면서 “김정은 위원장과 북한 당국에 촉구한다. 핵과 미사일 도발을 멈추고, 10·4 정상선언의 정신으로 돌아오기 바란다”고 말했다.
이날 문 대통령의 기념사는 지난 21일 유엔총회 연설 기조와 크게 다르지 않다. 남북 간 긴장 완화를 위해 남북 군사회담의 복원이 시급히 이뤄져야 하며, 무엇보다 이산가족 상봉도 더 늦출 수 없다고 말했지만 새로운 제안을 담지는 않았다. 문 대통령은 기존 메시지보다 반 발짝 나아간 기념사 초안을 보고선 직접 ‘톤 다운’을 주문한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과 미국이 ‘말 폭탄’을 쏟아내고, 미국이 ‘죽음의 백조’로 불리는 장거리 전략폭격기 B1B 랜서를 독자적으로 북한 동해 쪽 국제 공역으로 전개하는 등 일촉즉발의 위기 상황에서 하루빨리 상황을 안정시키려면 북한에 강한 경고메시지를 발신해야 한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노무현 대통령은 제가 지켜보는 눈앞에서 군사분계선을 직접 걸어 넘으며 이렇게 말했습니다. ‘저는 이번에 대통령으로서 이 선을 넘어갑니다. 제가 다녀오면 더 많은 사람들이 다녀오게 되고 점차 금단의 선이 무너질 것입니다.’”
연합뉴스
이날 문 대통령은 노 전 대통령을 상징하는 노란색 넥타이를 메고 기념식에 참석했다.
이현정 기자 hjlee@seoul.co.kr
2017-09-27 5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