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4년만에 열리는 북한 노동당 대표자회를 앞두고 대내외 정책에서 어떤 변화가 생길 가능성이 조심스럽게 점쳐지고 있다.
김정일 국방위원장에서 3남 김정은으로 이어지는 후계구도의 안정적 토대를 구축하기 위해 국내 정치,경제뿐 대외적 정세의 안정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이번 당 대표자회에서 당장 새로운 정책노선을 선택하지 않더라도 조만간 그렇게 할 개연성이 높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일단 경제쪽에서는 ‘시장’ 중심의 점진적 개혁 가능성이 신중하게 거론되고 있다.
북한 당국은 작년 11월말 화폐개혁을 단행한 뒤 올해 1월 시장폐쇄 등 ‘반시장적’ 조치를 강행했다가 걷잡을 수 없는 물가 폭등과 민심 이반이라는 쓰라린 경험을 했다.
그런 ‘학습효과’를 감안할 때 기업의 자율성 확대나 시장거래의 추가적 허용 같은 개혁성 조치를 취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것이다.
계속 시장을 무시하고서는 주민들의 기본적 생활도 챙기기 어렵게 된 북한의 현실도 이런 변화의 가능성을 뒷받침하고 있다.
이밖에도 북한 경제개혁을 선택할 것이라는 기대감을 높이는 사례는 더 있다.대표적인 것이 김정일 위원장의 태도 변화다.
지난 5월 방중 때만 해도 김정일 국방위원장은 ‘개혁과 개방’이라는 단어 자체에 매우 민감하게 반감을 드러낸 것으로 알려졌다.그런 김 위원장이 이번 방중에서는 후진타오(胡錦濤) 국가주석과 정상회담 자리에서 “개혁개방 이후 중국이 빠른 발전을 이룩해 어느 곳이든 생기가 넘친다”며 중국의 개혁개방을 높이 평가하는 듯한 발언을 쏟아냈다.
또 시장주의자로 몰려 2007년 4월 지방기업소 지배인으로 좌천됐던 박봉주 전 내각 총리가 3년4개월 만에 노동당의 제1부부장으로 복귀한 것도 눈여겨볼 만한 대목이다.
특히 박봉주를 배치한 자리가 김정일 위원장의 여동생 김경희가 부장을 맡고 있는 당 경공업부라는 점이 눈길을 끈다.김경희는 후계자 김정은의 ‘후견인’으로 통하는 장성택(국방위 부위원장 겸 당 행정부장)의 처여서,박봉주가 권력의 핵심에 가까이 다가가 있다는 의미가 된다.
북한과 중국의 ‘밀월’ 무드도 긍정적 요소를 평가된다.표면적으로는 북중 경제협력의 형태가 되겠지만 양국간 경협이 확대되면서 자연스럽게 북한의 개혁.개방 문이 열릴 수 있다는 것이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는 “김정일 위원장의 이번 방중을 계기로 북한 개혁.개방 문제가 중국의 의도와 전략에 따라 진행될 수 있게 됐다”면서 “예를 들면 중국의 동북3성 개발과 맞물려 북한의 개혁개방이 이뤄질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
대외 정책 분야에서는 당 대표자회 이후 남한,미국,일본 등과의 대화에 힘이 실릴 수 있고,그 과정에서 중국의 적극적인 중재가 이뤄질 것이라는 관측이 유력하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가 천안함 사건과 관련,평화적 수단으로 한반도 현안을 해결할 것을 권장하는 내용의 의장 성명을 발표한 이후 북한은 지속적으로 6자회담을 재개하자는 입장을 견지했다.
박의춘 외무상이 7월 말 베트남 하노이에서 열린 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에서 “(지금은) 그 어느 때보다 무한하게 안정적인 정세가 필요한 때”라고 강조한 것도 대남,대미 관계의 안정을 원하는 북한이 속내가 읽혀지는 대목이다.
김정일 위원장은 이번 후 주석과 정상회담에서 “우리는 한반도의 긴장국면을 완화하고 한반도의 평화와 안정을 수호하기를 희망한다”며 6자회담 재개의사를 적극 피력하기도 했다.
하지만 북한을 둘러싼 주변 정세는 그들의 희망과 다르게 돌아가고 있다.
남한 정부는 먼저 북측이 천안함 사건 사과와 비핵화 의지 표명 같은 태도 변화를 보여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여기에다 미국은 김정일 위원장의 통치자금을 관리하는 노동당 39호실과,천안함 사건의 배후로 지목된 인민무력부 산하 정찰총국을 제재 대상으로 추가 지정하면서 압박 수위를 높여가고 있다.
결국 이런 상황에서 북한이 의지할 곳은 중국밖에 없다는 것이 대다수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이번 당 대표자회 이후 북한의 대내외 정책이 어떤 식으로 변하든 간에 장성택 국방위 부위원장이 그 향배를 쥐고 핵심적 역할을 할 것으로 보는 관측이 많다.
2000년 1차 남북 정상회담 당시 당 조직지도부 제1부부장으로서 지원업무를 주도한 장성택은 2002년 10월 경제시찰단의 일원으로 남한을 다녀갔고,같은 해 개방 조치로 취해진 신의주 행정특구 지정을 주도적으로 추진하기도 했다.
한 고위층 탈북자는 “20대 후반에 불과한 김정은의 나이와 북한이 처한 현실,김정일 위원장의 신임도 등을 감안하면 장성택의 역할은 당분간 더 커질 수밖에 없다”며 “신의주 특구 지정 등 개방 정책을 주도한 경험이 있는 장성택이 중국의 지원을 받아 북한이 처한 정치.경제.외교적 난국을 타개해나갈 수 도 있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김정일 국방위원장에서 3남 김정은으로 이어지는 후계구도의 안정적 토대를 구축하기 위해 국내 정치,경제뿐 대외적 정세의 안정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이번 당 대표자회에서 당장 새로운 정책노선을 선택하지 않더라도 조만간 그렇게 할 개연성이 높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일단 경제쪽에서는 ‘시장’ 중심의 점진적 개혁 가능성이 신중하게 거론되고 있다.
북한 당국은 작년 11월말 화폐개혁을 단행한 뒤 올해 1월 시장폐쇄 등 ‘반시장적’ 조치를 강행했다가 걷잡을 수 없는 물가 폭등과 민심 이반이라는 쓰라린 경험을 했다.
그런 ‘학습효과’를 감안할 때 기업의 자율성 확대나 시장거래의 추가적 허용 같은 개혁성 조치를 취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것이다.
계속 시장을 무시하고서는 주민들의 기본적 생활도 챙기기 어렵게 된 북한의 현실도 이런 변화의 가능성을 뒷받침하고 있다.
이밖에도 북한 경제개혁을 선택할 것이라는 기대감을 높이는 사례는 더 있다.대표적인 것이 김정일 위원장의 태도 변화다.
지난 5월 방중 때만 해도 김정일 국방위원장은 ‘개혁과 개방’이라는 단어 자체에 매우 민감하게 반감을 드러낸 것으로 알려졌다.그런 김 위원장이 이번 방중에서는 후진타오(胡錦濤) 국가주석과 정상회담 자리에서 “개혁개방 이후 중국이 빠른 발전을 이룩해 어느 곳이든 생기가 넘친다”며 중국의 개혁개방을 높이 평가하는 듯한 발언을 쏟아냈다.
또 시장주의자로 몰려 2007년 4월 지방기업소 지배인으로 좌천됐던 박봉주 전 내각 총리가 3년4개월 만에 노동당의 제1부부장으로 복귀한 것도 눈여겨볼 만한 대목이다.
특히 박봉주를 배치한 자리가 김정일 위원장의 여동생 김경희가 부장을 맡고 있는 당 경공업부라는 점이 눈길을 끈다.김경희는 후계자 김정은의 ‘후견인’으로 통하는 장성택(국방위 부위원장 겸 당 행정부장)의 처여서,박봉주가 권력의 핵심에 가까이 다가가 있다는 의미가 된다.
북한과 중국의 ‘밀월’ 무드도 긍정적 요소를 평가된다.표면적으로는 북중 경제협력의 형태가 되겠지만 양국간 경협이 확대되면서 자연스럽게 북한의 개혁.개방 문이 열릴 수 있다는 것이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는 “김정일 위원장의 이번 방중을 계기로 북한 개혁.개방 문제가 중국의 의도와 전략에 따라 진행될 수 있게 됐다”면서 “예를 들면 중국의 동북3성 개발과 맞물려 북한의 개혁개방이 이뤄질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
대외 정책 분야에서는 당 대표자회 이후 남한,미국,일본 등과의 대화에 힘이 실릴 수 있고,그 과정에서 중국의 적극적인 중재가 이뤄질 것이라는 관측이 유력하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가 천안함 사건과 관련,평화적 수단으로 한반도 현안을 해결할 것을 권장하는 내용의 의장 성명을 발표한 이후 북한은 지속적으로 6자회담을 재개하자는 입장을 견지했다.
박의춘 외무상이 7월 말 베트남 하노이에서 열린 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에서 “(지금은) 그 어느 때보다 무한하게 안정적인 정세가 필요한 때”라고 강조한 것도 대남,대미 관계의 안정을 원하는 북한이 속내가 읽혀지는 대목이다.
김정일 위원장은 이번 후 주석과 정상회담에서 “우리는 한반도의 긴장국면을 완화하고 한반도의 평화와 안정을 수호하기를 희망한다”며 6자회담 재개의사를 적극 피력하기도 했다.
하지만 북한을 둘러싼 주변 정세는 그들의 희망과 다르게 돌아가고 있다.
남한 정부는 먼저 북측이 천안함 사건 사과와 비핵화 의지 표명 같은 태도 변화를 보여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여기에다 미국은 김정일 위원장의 통치자금을 관리하는 노동당 39호실과,천안함 사건의 배후로 지목된 인민무력부 산하 정찰총국을 제재 대상으로 추가 지정하면서 압박 수위를 높여가고 있다.
결국 이런 상황에서 북한이 의지할 곳은 중국밖에 없다는 것이 대다수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이번 당 대표자회 이후 북한의 대내외 정책이 어떤 식으로 변하든 간에 장성택 국방위 부위원장이 그 향배를 쥐고 핵심적 역할을 할 것으로 보는 관측이 많다.
2000년 1차 남북 정상회담 당시 당 조직지도부 제1부부장으로서 지원업무를 주도한 장성택은 2002년 10월 경제시찰단의 일원으로 남한을 다녀갔고,같은 해 개방 조치로 취해진 신의주 행정특구 지정을 주도적으로 추진하기도 했다.
한 고위층 탈북자는 “20대 후반에 불과한 김정은의 나이와 북한이 처한 현실,김정일 위원장의 신임도 등을 감안하면 장성택의 역할은 당분간 더 커질 수밖에 없다”며 “신의주 특구 지정 등 개방 정책을 주도한 경험이 있는 장성택이 중국의 지원을 받아 북한이 처한 정치.경제.외교적 난국을 타개해나갈 수 도 있다”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