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해자 치료·재발방지 대책 마련해야”…학교측 “취소계획 없어”
대학가 교수 성추행 사건이 잇따르는 가운데 고려대가 여성 대학원생을 성추행한 혐의로 수사를 받고 있는 공과대 L모 교수의 사표를 진상조사 이전에 수리하자 학내 반발이 이어지고 있다.고려대 일반대학원 총학생회와 여성주의 교지, 여학생위원회 등으로 구성된 학내 성폭력 대응기구 ‘고려대반성폭력연대회의’는 11일 오후 안암캠퍼스에서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들은 학교에 ▲ 사표 수리 철회와 징계·조사 절차 재개 ▲ 피해자 재활치료·사회복귀 지원 ▲ 성폭력 사건 재발방지 대책 ▲ 성폭력 가해자의 자퇴·휴학·사직 금지 학칙 제정 등을 촉구했다.
또 L교수에 대해서는 조사·징계절차에 정정당당히 임할 것을 요구했다.
이들은 “지난달 22일 L교수 성추행 사건이 세간에 알려진 뒤 양성평등센터 조사를 기다리라던 학교는 돌연 지난달 말 가해 지목 교수의 사표를 수리했다”며 “논란을 피하기에만 급급하다는 여론의 비판을 받았다”고 언급했다.
이어 “학교는 L교수의 사표를 수리해 결과적으로 퇴직금과 향후 재취업 기회까지 보장했다”며 “학교 측은 법리상의 이유로 사표수리 철회를 거부하고 있는데 책임의식과 해결의지가 부족하다는 것을 자인하는 꼴”이라고 덧붙였다.
학생들은 “학교 측은 사표수리의 불가피성을 강변하기 전에 피해자에 사과하고 책임 표명을 하라”며 “지금까지 숱한 성폭력 사건으로 홍역을 앓았는데 성폭력에 취약한 대학문화를 어떻게 바꿀 것인지도 밝히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또한 교수 사회 전체의 각성과 교수·대학원생 간 불평등한 관계 개선을 촉구하고, 학생을 포함한 다양한 학내 구성원들이 참여하는 독립된 인권기구로의 지위를 양성평등센터에 부여할 것을 요구했다.
학생들은 기자회견 후 본관을 방문해 요구안을 전달하고, 총장 면담을 신청했다. 앞으로 면담과 자보 게시 등을 통해 이같은 요구를 관철할 계획이다.
앞서 총학생회는 지난 3일 입장문을 내고 사표수리 철회와 중단된 진상조사 재개를 요구했고, 피해자와 동기인 학생들도 자보를 통해 학교의 사표수리 방침을 비판한 바 있다.
당시 학교 측은 “양성평등위원회 출석 요구를 L교수가 모두 거부해 사실상 진상조사가 불가능했고, 신속히 교원 지위를 박탈하는 것이 최선이라고 판단해 절차에 따라 사표를 수리한 것”이라며 사표수리 취소 계획은 없다고 밝혔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