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행 수법과 장소 비슷·연쇄살인 가능성도 제기
‘장기 없는’ 토막시신이 발견된 수원 팔달산 주변에서 사람의 살점과 장기가 든 비닐봉지가 추가로 발견돼 범행의 잔혹성이 드러나는 것은 물론 연쇄살인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범행 수법 등이 오원춘 사건과 비슷하고 이미 발견된 토막시신과 관계없는 살점이나 장기일 경우 부녀자를 잇따라 살해한 강호순 사건이 떠올라 경기지역 주민들은 또다시 악몽에 시달리고 있다.
11일 오전 경기도 수원시 팔달구 매교동 수원천 매세교 주변 나무들 사이에서 발견된 검은색 비닐봉지 4개에 담긴 살점 등은 경찰의 간이 검사 결과 인체 일부로 확인됐다.
매세교는 지난 4일 상반신 시신이 발견된 경기도청 뒤편 팔달산 등산로와는 직선거리로 불과 1.2㎞밖에 떨어져 있지 않은데다 상반신 시신 역시 검은색 비닐봉지에 담긴 채로 발견돼 동일인의 시신이 잇따라 발견된 것이라는 추정이 가능하다.
살인을 저지르고 범행을 은폐하기 위해 시신을 훼손하는 경우는 간혹 있지만 시신을 여러 부위로 토막 낸 뒤 비닐봉지에 담았다는 점에서 2012년 4월 여성을 성폭행하려다가 실패하자 살해하고 살점을 수백개의 조각으로 도려내 비닐봉지 14개에 나눠 담은 오원춘 사건과 유사하다.
이날 발견된 비닐봉지 4개에 담긴 살점 등은 각각 성인의 한주먹 분량밖에 되지 않아 이번 사건의 용의자 역시 시신을 여러 부위로 훼손한 것으로 보인다.
상반신 시신과 살점 등이 발견된 곳이 오원춘 사건이 일어난 팔달구 지동에서 매우 가깝다는 점은 지역 주민들을 더욱 불안에 떨게 한다.
오원춘이 범행을 저지른 반지하 주택은 상반신 시신이 발견된 팔달산 등산로와는 직선거리로 1.4㎞, 살점이 발견된 매세교와는 직선거리로 1.3㎞밖에 떨어져 있지 않아 두 곳 모두 도보로 10여분이면 이동이 가능하다.
팔달구 주민 정모(47)씨는 “평소 다니던 동네 산책로에서 오늘 또 사람 살점이 나왔다니 충격이다”며 “오원춘 사건 때처럼 범인이 동네 주변에 숨어 살고 있을까봐 요즘에는 밤에 거의 돌아다니지 않는다”고 불안해했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 감정에서 상반신 시신과 살점 등의 주인이 일치하지 않는 것으로 확인되면 이번 사건은 연쇄살인사건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커진다.
시신을 훼손하고 검은색 비닐봉지에 담는 등 범행 수법 면에서 동일범이 저지른 범행일 확률이 높기 때문이다.
2008년~2009년 수원, 군포, 안산 등 경기지역에서 대학생 A(21·여)씨 등 부녀자 8명을 납치해 살해한 강호순 사건의 악몽이 떠오르는 이유다.
이수정 경기대 범죄심리학과 교수는 “앞서 발견된 상반신 시신이 여성이며 가슴 부분이 훼손된 것으로 확인됨에 따라 성도착증에 기인한 범죄로 추정된다”며 “이러한 범죄는 1회로 끝날 가능성이 매우 낮다”고 설명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