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뭄·인력난에 메르스까지’…농촌 삼중고에 ‘한숨’

‘가뭄·인력난에 메르스까지’…농촌 삼중고에 ‘한숨’

입력 2015-06-09 16:00
수정 2015-06-09 1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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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손 없어 농산물 수확 못 하고, 주문·판로 막히고

가뭄과 일손 부족으로 속이 타들어가는데 메르스로 주문이 주는 것은 물론 판로까지 막히니….

농촌지역이 ‘삼중고’를 겪고 있다.

농업용수 부족으로 농작물이 타들어 가고 식수조차 구할 수 없어 급수 지원을 받는 지역이 늘어나는 상황에서 웃돈을 주고도 일손을 못 구해 고통을 받고 있다.

더욱이 최근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영향으로 일손 구하기가 더욱 어려워져 농작물을 제때 수확하지 못하는가 하면 수확을 하더라도 판로가 막혀 발만 동동 구르고 있다.

◇ “농산물 팔 곳이 없어요”…주문 줄고·판로 막히고

농협중앙회 경남지역본부는 지난주 서울 등 수도권으로 1만2천여통의 함안수박을 판매했다. 그러나 이번 주에는 주문량이 2천여통으로 급감했다.

메르스의 영향으로 수도권 지역 대형 유통점을 찾는 소비자들이 크게 줄었기 때문이다.

메르스 감염자가 나온 전북 순창군은 그야말로 농산물 판매에 날벼락을 맞았다.

메르스 발병 지역이라는 이유로 도시민들이 이 지역 농산물까지 피하고 있기 때문이다.

순창의 한 복분자영농조합은 수확을 앞두고 받은 30여건의 복분자 주문 가운데 절반가량이 최근 며칠 사이 취소됐다고 전했다.

예년 이맘 때 같으면 조합으로 걸려오던 하루 10통의 예약 전화도 지금은 거의 끊기다시피 했다.

복분자와 오디, 매실 등을 취급하는 또 다른 영농조합의 관계자는 지난주에 메르스 의심 환자가 발생했다는 보도가 나온 직후부터 예약 주문이 줄기 시작하더니 주말부터는 전화가 거의 끊겼다고 말했다.

이 조합 관계자는 “농산물이 메르스를 전파하는 것도 아니고 우리 마을에서 메르스 환자가 나온 것도 아닌데 이건 너무 하지 않느냐”며 “메르스가 계속 기승을 부리면 이런 현상이 다른 모든 농산물로 확대되지 않을까 두렵기만 하다”고 안타까워했다.

전체 학교의 47%에 해당하는 1천645개 각급 학교와 유치원이 휴업 중인 경기도에서는 학교급식 자재 납품 업체들이 직격탄을 맞았다.

도내 16개 시·군에서 26개 출하조직을 통해 친환경농산물을 납품하는 경기도친환경농업인연합회 소속 600여개 농가에는 이번 휴업 사태로 60% 이상 납품량이 급감했다.

납품을 위해 수확한 농산물을 폐기하는 농가마저 나오고 있다. 휴업 사태가 당분간 이어진다면 수확하지 않은 농산물들도 상품성이 떨어져 밭 자체를 갈아엎어야 할 상황이다.

전북 순창군은 지역 농산물 사주기 운동을 벌이고 군수가 출향 인사 등에게 ‘내 고향 농산물 사주기 운동’에 참여해 달라는 편지를 보내기로 했으며, 경기도교육청은 각 시군교육청에 식자재를 무리하게 반품하지 말도록 주문했다.

그러나 해당 기관들의 이 같은 노력도 효과를 장담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소비자들이 평소처럼 대형 유통점이나 시장 등을 찾아 소비에 나서거나 학교 휴업 사태가 조기에 마무리되기만을 기다릴 뿐이다.

◇ 수확도 못 한다…판매 부진과 일손 부족 등이 원인

애써 키운 농작물을 수확하지 못하는 사례도 곳곳에서 나오고 있다. 가뜩이나 일손이 부족한 상황에서 메르스 여파로 자원봉사 발길까지 줄고 소비위축으로 팔 곳이 없기 때문이다.

경남지역은 예년 같으면 요즘 마늘, 양파, 감자, 매실 등을 한창 수확할 시기이다. 모두 수작업을 할 수밖에 없는 일들이다.

경남도는 이 같은 작업을 위해 모두 4만1천여명의 일손이 필요할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러나 최근 메르스 여파로 일손돕기 단체 자원봉사가 끊겼다. 그동안 큰 힘이 됐던 학생과 군인들의 일손돕기도 거의 없는 상태다.

이로 인해 수확 시기를 놓칠 위기에 놓였다.

메르스 환자가 발생한 전북 순창의 한 마을에서는 주민이 모두 격리되면서 오디를 수확하지 못하자 군청 공무원들이 대신 수확에 나서기도 했다.

◇ 줄 잇는 행사 취소·연기도 ‘타격’

메르스 확산 방지를 위해 지역의 각종 행사와 축제, 직거래 장터 등이 잇따라 취소되거나 연기되는 것도 농민에게 적지 않은 타격을 주고 있다.

축제나 행사들이 그동안 지역 농산물 홍보는 물론 판매에 도움이 돼 왔기 때문이다.

꽃 소비가 많은 행사들의 취소는 화훼농가에도 여파가 미치고 있다.

전북 고창군은 오는 19∼21일 열 예정이던 ‘복분자와 수박 축제’를 취소하기로 했다.

지난 6일부터 이틀간 전남 광양시 다압면 매화마을에서 개최하려던 ‘광양 매실 직거래장터’도 취소됐다.

12∼14일 동해시 묵호항 수변공원과 등대마을 일원에서 열기로 한 ‘2015 묵호항 싱싱 수산물 축제’, 지난 5일부터 나흘간 개최할 예정이던 전남 신안군의 ‘병어랑 농수산물 장터 축제’도 연기되거나 취소됐다.

관광객 감소와 각종 농촌체험 활동 취소 역시 농산물 판매에 영향을 주고 있다.

경북 성주군은 지난 4월 말 제주에 중국인 관광객을 겨냥한 성주참외홍보관을 열었으나 메르스 영향으로 중국 관광객이 줄면서 전전긍긍하고 있다.

농어민 및 농촌 지자체들은 삼중고로 고통을 받는 농촌지역을 위해 소비자들이 평소와 같은 농수산물 소비에 적극적으로 나서주기를 바라고 있다.

전북 순창군 한정안 공보담당은 “순창에서는 확진 환자가 1명 나왔을 뿐이며 메르스 감염 우려가 있는 사람도 모두 격리 조치하는 등 철저하게 관리하고 있다”며 농수산물 소비를 강조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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