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극화로 상대적 박탈감 커져…좌절 소통·배려하는 사회분위기 필요
사소한 다툼이나 순간적인 분노가 극단적인 범죄로 치닫는 ‘분노 범죄’가 잇따르고 있다.분노 범죄의 원인을 단순히 개인의 문제로 보는 시각도 있지만 많은 전문가는 분노를 쌓게 하고 건강하게 해소하지 못하도록 하는 우리 사회의 구조적 문제에서 기인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며 대안찾기에 나설 것을 주문하고 있다.
지난 15일 전남 강진에서 노점상 김모(52)씨가 자리문제로 다투던 포장마차 여주인 A(52)씨를 거리 한복판에서 낫으로 찔러 숨지게 하고 이를 말리려던 은행원 B(52)씨까지 살해했다.
김씨는 경찰 조사에서 “배달을 하러 지나가다 우연히 A씨를 보고 또 싸웠고 너무 화가 나 참을 수가 없어 배달하려던 낫을 꺼냈다”고 진술했다.
김씨는 특별히 악감정을 가질 이유가 없어 보였던 은행원 B씨에게도 “왜 상관하느냐”며 흉기를 들었고 인근 건물로 달아나던 B씨를 끝까지 뒤쫓아가 해쳤다.
앞서 지난 14일에는 “실직당한 후 분이 잘 안 풀리고 화를 풀 데가 없었다”는 이유로 광주의 한 8층 건물 옥상에 올라가 불특정 다수에게 성인 남성의 주먹보다 큰 돌덩이를 수차례 던진 30대 남성이 구속됐다.
지난해 11월에는 전남 고흥에서 70대 노인이 “욕을 하고 때리며 무시해 화가 났다”며 묘 이장 문제로 다투던 조카 2명을 엽총으로 숨지게 했고 지난해 10월에는 50대 남성이 광주의 한 술집에서 시비를 말리던 여주인을 흉기로 살해한 뒤 다른 술집을 찾아가 남성 종업원을 “나를 무시했다”며 다치게 한 사건도 발생했다.
전문가들은 양극화의 심화로 ‘나만 억울한 것 같은’ 상대적 박탈감을 느끼거나 갈수록 불안정하게 급변하는 사회 환경으로 스트레스를 받는 사람들이 늘면서 분노 범죄도 함께 느는 것으로 진단했다.
경찰청이 지난해 프로파일러 11명을 투입해 꾸린 분노·충동 범죄 대응 태스크포스(TF)는 1970∼1980년대에는 치정, 원한, 호구지책 등 동기가 분명한 범죄가 주를 이뤘으나 1990년대 중반 이후 지존파 등 사회적 박탈감을 불특정 다수에게 표출하는 범죄가 등장하더니 2010년 이후에도 특별한 계획 없이 순간 감정이 폭발해 저지르는 범죄들이 이어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분노범죄 가해자들은 공통으로 ‘홧김에’ 범행을 저질렀다고 주장한다.
실제 국내에서 우발적 범행 건수와 충동조절 장애로 치료를 받는 환자 수는 해마다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경찰청에 따르면 2011년부터 2013년까지 발생한 폭력 범죄 중 범행 동기가 우발적인 경우는 해마다 40%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역시 충동조절장애 증상으로 병원을 찾은 환자가 지난 2009년 3천720명에서 2013년 4천934명, 2014년 5천544명으로 해마다 늘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에 따라 심리학 전문가들과 의학자, 전문 수사진들 사이에서는 국가와 사회 차원의 양극화 해소와 개인들이 불안과 분노를 건강하게 표출할 수 있는 사회적 분위기 형성이 분노 범죄 감소를 위한 공통적인 해결책으로 제시하고 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