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탐사보도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계속 파고드는 것”

“탐사보도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계속 파고드는 것”

이민영 기자
이민영 기자
입력 2016-07-01 14:15
수정 2016-07-01 16: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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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탐사보도에서) 중요한 것은 계속 파고드는(keep digging)것입니다.”

2002년 퓰리처상을 받은 가톨릭 사제의 성추문 보도에 대한 뒷이야기를 듣기 위해 미국 전역의 기자들이 모인 자리에서 워싱턴포스트의 편집장 마티 배런은 이렇게 말했다.

지난달 18일 미국 루이지애나주 뉴올리언스 메리어트호텔에서 열린 전미탐사보도협회(IRE) 연례 컨퍼런스에서는 보스턴글로브의 탐사보도팀 ‘스포트라이트’의 강연이 열렸다. ‘탐사보도에서 영화까지’라는 제목으로 열린 강연에는 이번 컨퍼런스에 등록한 기자 1800명 중 700명이 찾았다. 강연장에 준비해둔 의자가 부족하자 기자들은 너나 할 것 없이 바닥에 앉아 강의를 들었다. 스포트라이트팀은 2002년 가톨릭 보스턴 교구 사제들의 아동 성추행 사건을 보도했다. 이번 강연에는 당시 보스턴글로브의 편집국장이었던 마티 배런, 탐사보도팀장 월터 로빈슨, 기자 사샤 파이퍼, 마이크 레젠데스가 참여했다. 그들의 이야기를 영화로 만든 제작자 블리 파우스트와 각본을 담당한 조쉬 싱어도 이야기를 보탰다.

가톨릭 사제의 소아 성추행 사건은 이미 여러 번 보도된 기사였다. 그러나 마티 배런은 ‘어떤 사제가 어린이를 성추행했다’는 식의 기존 보도는 ‘숫자 놀음’에 불과했다고 말했다. 배런은 “가톨릭 사제의 소아 성추행과 관련된 모든 기록을 다 검토한 뒤 신자들이 믿고 기대하는 천주교회가 사실은 아이들을 추행했다는 사실과 천주교회의 시스템에 대해 집중해야 한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결국 개인의 일탈이 아닌, 천주교회 전체가 범행을 저질렀고 그것을 은폐하려 했다는 것을 밝히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마이크 레젠데스는 “천주교회의 내부 문서나 기록을 공개한 것이 기존 보도와 다른점은 우리는 고위 성직자들이 성추행을 감추고 있다는 것을 폭로했고, 내부 문서를 통해 이런 점을 증명했다”고 강조했다. 월터 로빈슨은 “보스턴글로브가 있는 매사추세츠주는 가톨릭에 대한 존경심이 굉장히 컸고, 기자들도 보스턴시나 천주교회와의 관계에 익숙해져 있어 이 문제를 안일하게 생각했다”며 “때마침 부임한 편집국장 배런이 새로운 관점을 제시했고, 왜 취재하지 않는지 계속해서 질문해준 덕분에 기사를 쓸 수 있었다”고 말했다.

스포트라이트팀의 이야기는 동명의 영화 ‘스포트라이트’로 각색됐고, 올해 2월 아카데미 작품상을 받으며 인기를 끌었다. 개봉 전 여러 번 제작사가 바뀌는 수난을 겪기도 했다. 배런은 “영화가 소아성애 등 어두운 이야기를 다루는데다 2013년 당시 새로운 프란치스코 교황이 선출된 후 그의 인기가 날로 높아지면서 영화 제작이 중단될 것이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사샤 파이퍼는 “영화가 보스턴글로브의 명성을 높이는 데는 기여했지만, 재정적으로 도움된 것은 없다”며 “탐사보도는 정말 중요한 언론의 임무이지만, 요즘 같은 온라인 경쟁 시대에는 쉽지 않은 일이다. 앞으로는 언론사별로 경쟁하기보다는 같이 공동으로 협력하는 게 중요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각본가인 조쉬 싱어는 스포트라이트팀에게 찬사를 보냈다.

”이번 영화를 작업하면서 정확한 저널리즘을 담아내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스포트라이트팀은 항상 영웅이었다고 말하고 싶다.”

이민영 기자 min@seoul.co.kr

*이 기사는 한국언론진흥재단이 주최하는 ‘KPF 디플로마 탐사보도’ 과정의 일환으로 제작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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