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물죄 성립 판가름…박근혜·최순실 증언도 주목
추석 연휴가 끝나면 삼성전자 이재용 부회장의 항소심 재판이 본격적인 심리에 들어간다.서울고법 형사13부(정형식 부장판사)는 오는 12일 이 부회장을 비롯한 삼성전자 전·현직 임원진의 항소심 첫 정식재판을 연다. 이 부회장 등은 지난 8월 1심에서 유죄 판결을 받은 이후 처음으로 법정에 모습을 나타낸다.
박영수 특별검사팀과 삼성 측 변호인단은 추석 연휴 전 한 차례 진행된 공판준비 절차에서 주요 증인에 대한 신문 계획부터 상반된 입장을 밝힌 만큼 이날도 팽팽히 맞설 것으로 보인다.
◇ 특검 vs 변호인단 ‘부정한 청탁’ 등 법리 공방
무엇보다 항소심에서 양측은 야간재판을 진행하며 59명의 증인들을 신문한 1심 재판기록을 토대로 법리 공방에 집중할 것으로 전망된다.
재판부는 앞선 공판준비 절차에서 “1심에서 여러 차례에 걸쳐 공판이 이뤄졌고 증인도 여러 명 신문했다”며 “항소심에서는 법리적 다툼이 주된 진행이 될 것 같다”고 심리 계획을 밝혔다.
핵심 쟁점은 뇌물죄 성립의 근거가 되는 ‘부정한 청탁’이 될 것으로 보인다.
1심은 삼성의 경영권 승계라는 ‘포괄적 현안’을 놓고 이 부회장과 박근혜 전 대통령 사이에 ‘묵시적 청탁’이 오갔다고 판단하고 그에 따라 승마 지원 등이 이뤄졌다며 5개 혐의 자체를 모두 유죄로 인정했다.
다만 특검이 부정한 청탁이 이뤄졌다고 본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 등 ‘개별 현안’에 대해서는 이 부회장과 박 전 대통령의 독대에서 ‘명시적인 청탁’이 없었다고 판단해 다툼의 여지를 남겼다.
특검은 뇌물수수 혐의를 유죄로 인정한 1심 재판부의 판단을 강조하며 같은 맥락에서 1심이 무죄로 판단한 미르·K스포츠재단에 대한 출연금 제공 행위 역시 유죄로 인정돼야 한다는 논리를 펼 것으로 보인다.
반면 삼성 측은 뇌물수수 성립의 전제가 된 포괄적 현안으로서의 승계 작업 자체를 부정한다. 따라서 개별 현안이 존재하지 않았다고 주장하면서 포괄적 현안에 대한 묵시적 청탁을 인정한 1심의 판결 역시 법리 오해가 있다는 논리를 펼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재판부는 우선 3차례 공판을 진행하며 양측의 입장을 듣기로 했다.
먼저 이 부회장의 승계 현안 등 ‘부정한 청탁’의 필요성 등을 가장 먼저 다루고 그 다음 기일에는 삼성의 승마 지원과 관련된 쟁점, 3번째 기일에는 미르·K스포츠재단 지원 등 나머지 부분들에 대한 양측의 의견을 듣는다.
◇ 박근혜·최순실 증인 채택…법정 증언은 미지수
항소심에서 또 다른 관전 포인트는 1심에서 증인신문이 불발된 박 전 대통령과 최씨의 증인신문이 성사될지다.
두 사람은 모두 1심에서도 증인으로 채택됐지만, 박 전 대통령은 아예 재판에 나오지 않았고 최씨는 법정에 출석했지만 증언을 거부해 증인신문이 이뤄지지 않았다.
박 전 대통령과 최씨가 뇌물수수 범행을 공모했다는 점은 이 부회장 등의 유무죄를 가르는 전제 조건이다.
특검은 박 전 대통령이 최씨와 공모해 이 부회장과의 단독면담에서 대한승마협회 회장사를 맡아 달라고 요구하는 등 승마 지원을 부탁했다고 봤고 1심 역시 특검의 손을 들어줬다.
이에 대해 삼성 측은 박 전 대통령과 최씨가 뇌물수수 범행을 공모했다는 점을 입증할 근거도 부족하고, 설사 두 사람이 공모했더라도 이 부회장은 그런 사정을 인식할 수 없었다고 강조할 것으로 보인다.
이 밖에 두 사람의 증인신문을 토대로 공무원이 아닌 최씨가 받은 금전 지원을 뇌물로 인정할 수 있을지에 대한 법리 다툼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1심은 뇌물이 귀속된 주체가 비공무원인 최씨라 하더라도 박 전 대통령이 뇌물을 받은 것으로 평가할 수 있어 단순 뇌물죄가 성립한다고 판단했다. ‘경제적 공동체’라는 점이 필요조건은 아니라는 판단도 내놨다.
항소심 재판부는 특검과 변호인단 양측 신청에 따라 박 전 대통령과 최씨를 증인으로 채택했다. 다만 1심에서 증인신문이 불발된 점 등을 고려해 소환 일정은 잡지 않았다.
증인 소환 전에 박 전 대통령과 최씨가 각자 자기 재판에서 피고인 신문을 받으면 그 내용을 증거로 쓰는 대신 증인으로 부르지 않기로 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