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역 지나친 SRT…소변 급했던 기장 때문

울산역 지나친 SRT…소변 급했던 기장 때문

입력 2017-10-19 22:42
수정 2017-10-19 23: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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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장실 가면서 문 여는 것 깜빡”

지난 18일 울산역에서 잠시 멈춘 뒤 출입문을 열지 않고 출발해 물의를 일으킨 서울발 부산행 수서고속철(SRT) 327호 열차의 사고는 기장(기관사)이 화장실을 급히 다녀온 게 원인이라고 운영회사인 SR 측이 19일 밝혔다.

SR 측은 사고 하루 만인 이날 오후 “기장 등을 자체 조사한 결과, 승강문(출입문) 취급 절차를 준수하지 않은 기장과 객실장의 부주의로 발생했다”고 밝혔다. SR 관계자는 “담당 A 기장이 울산역에 열차를 세운 뒤 급한 생리현상을 해결하기 위해 화장실을 가면서 깜빡 잊고 승강문을 열지 않았고, 돌아와서는 문이 닫혀 있길래 객실장이 닫았는 줄 알고 출발한 것으로 조사됐다”며 “객실장 B씨도 승강문이 열리지 않았는데, 수동 조치를 하지 않는 등 대응조치가 미흡했던 것으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SR 규정상 열차 문은 기장이 열고, 객실장이 닫게 돼 있다. 또 기장은 열차 운행 중에는 운전실을 비울 수 없도록 하고 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아무리 화장실이 급해도 문 여는 것을 잊는다는 것은 상식적으로 납득이 안 간다며 조사 결과에 의구심을 제기하는 시각도 있다. 또 SR 측이 간단한 조사임에도 사고 하루 만에 결과를 내놓은 것도 이해하기 힘들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번 사고와 관련, SR은 앞으로 열차 출발 전 기장과 객실장 간에 무선통화를 통해 최종 확인하고, 정차 후 10초 내에 승강문이 열리지 않으면 수동으로 개방하는 것을 의무화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또 열차가 정차역을 진입할 때 기장과 객실장 간에 서로 무선교신을 의무화하고, 기장이 돌발상황으로 운전실을 벗어나면 반드시 무전기를 휴대하도록 했다.

그러나 SR 측은 이번 사고와 관련해 ‘고객 불편과 피해에 대해 머리 숙여 사과한다’고 밝혔지만, A기장 등 관련자에 대한 구체적인 징계는 언급하지 않은 채 ‘엄정처리 한다’고만 밝혀 솜방망이 처벌로 어물쩍 넘어가려는 것 아니냐는 의구심도 제기된다.

울산 박정훈 기자 jhp@seoul.co.kr
2017-10-20 1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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