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IP 지시’ 자료 몰래 버린 수자원공사…4대강 등 기록물 302건 무단 파기 확인

‘VIP 지시’ 자료 몰래 버린 수자원공사…4대강 등 기록물 302건 무단 파기 확인

류지영 기자
류지영 기자
입력 2018-02-12 22:44
수정 2018-02-13 01: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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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기록원 ‘5차례 407건’ 분석

한국수자원공사가 이명박 정부 당시 시행한 4대강 사업 관련 자료가 포함된 기록물 원본을 무단 파기하려고 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국내 최초 수륙양용버스가 21일 오전 인천시 서구 정서진 경인아라뱃길을 달린 뒤 육지로 나오고 있다. 2015.4.21. 서울신문 포토DB
국내 최초 수륙양용버스가 21일 오전 인천시 서구 정서진 경인아라뱃길을 달린 뒤 육지로 나오고 있다. 2015.4.21. 서울신문 포토DB
행정안전부 국가기록원은 12일 “수자원공사가 기록물 원본을 무단 파기하려 한다는 제보를 받아 현장에서 407건을 확보해 분석한 결과 이 가운데 302건이 (적법 절차를 거쳐 파기해야 할) 기록물 원본인 것으로 드러났다”고 밝혔다. 수자원공사가 올해 1월 9일부터 18일까지 총 5차례에 걸쳐 반복적으로 기록물 반출, 파기했다는 것이 국가기록원 설명이다.

이 가운데 1∼4회차에서는 총 16t 분량 기록물이 아무 심의절차 없이 무단 파기된 것을 확인했다. 수자원공사는 1월 18일 다섯 번째로 자료 파기를 시도했으나 이를 위탁받은 용역업체 직원이 박범계 더불어민주당 의원에게 제보하면서 세상에 알려졌다. 이들 기록물은 ‘공공기록물 관리에 관한 법률’(공공기록물법)에 따라 반드시 내용을 등록해 원본을 저장해야 한다. 원본기록물로 확인된 302건은 결재권자가 직접 손으로 서명을 남겨 누가 봐도 기록물 원본으로 볼 수밖에 없는 문건이라고 국가기록원은 전했다.

무단 파기 대상에 오른 원본기록물 302건 중에는 국토해양부 4대강 살리기 추진본부에서 수자원공사에 보낸 기록물 등 4대강 사업 관련 자료가 포함됐다.

수기 결재는 없지만 ‘대외주의’가 표기된 ‘경인 아라뱃길 국고지원’ 보고서나 수자원공사 경영진에게 보고됐을 것으로 추정되는 기록물도 있었다. 이명박 정부 때인 2010년 6월을 전후해 작성된 경인 아라뱃길 국고지원 보고서에는 ‘VIP(대통령) 지시’라는 표시와 함께 “경인 아라뱃길 사업에 국고 5247억원을 지원해도 1조원 이상 손실이 날 것”이라는 의견이 담겨 있다. 수자원공사는 이 보고서에서 1조원 이상의 손실이 발생할 것이라는 내용을 뺀 새 보고서를 만든 뒤 이를 공공기록물로 등록하기도 했다.

앞서 수자원공사는 ‘2017년 주요 기록물 관리 실태점검’에서 기록물 무단 파기로 지적받았고 지난달 9일 국무회의에도 이 내용이 보고됐다. 그럼에도 또다시 기록물 무단 반출과 파기를 감행해 ‘의도적인 것 아니냐’는 지적을 받는다. 국가기록원은 수자원공사에 대한 감사를 진행 중인 국토교통부와 시민단체 의뢰를 받아 수사에 나선 경찰에 기록물 파기 관련 자료를 제공해 고의성 여부를 검증하기로 했다.

이에 대해 한국수자원공사는 “국가기록원에서 원본기록물로 분류한 302건은 이미 보존 연한이 경과하거나 메모, 업무연락, 중간 검토자료 등으로 보존가치나 중요도가 낮아 일반자료로 분류해 관리했던 것”이라고 해명했다.

류지영 기자 superryu@seoul.co.kr
2018-02-13 1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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