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 때부터 ‘태움’ 호소했는데…괴롭힘도 교육이라는 간호대

학생 때부터 ‘태움’ 호소했는데…괴롭힘도 교육이라는 간호대

김헌주 기자
김헌주 기자
입력 2018-02-28 22:26
수정 2018-02-28 23: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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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살충동 느껴 교수에 상담해도 “이런사람 겪어봐야 병원서 견뎌”

최근 서울의 한 대학병원 간호사가 ‘태움’(재가 될 때까지 태운다) 문화 때문에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예비 간호사들이 모인 간호대학 내에서도 괴롭힘 문화가 적지 않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동기들 사이에서도 ‘나이’가 서열이 돼 나이 많은 사람이 적은 사람을 괴롭히기도 한다는 것이다. 일부 간호사와 간호학과 학생들은 “또 다른 피해자가 나와서는 안 된다”면서 집단행동 움직임마저 관측된다.

28일 중형병원에서 근무하는 간호사 A씨는 서울신문과의 통화에서 “간호학과 시절 동기 언니의 괴롭힘 때문에 극심한 신경증, 불안장애, 공황장애를 겪었고 정신과 치료를 받는 과정에서 자살 충동도 수차례 느꼈다”고 말했다. 이어 “이러한 극도의 스트레스 때문에 2016년 간호사 국가고시에 합격하고 취업도 했지만 결국 포기하고 1년 동안 병원 치료를 받아야 했다”고 덧붙였다. 그는 간호사로 근무하는 지금도 심리 치료를 병행하면서 트라우마에서 벗어나려고 발버둥치고 있다.

1학년 초부터 이유 없는 괴롭힘에 시달렸던 그는 지도교수를 찾아가 상담도 받았지만 돌아온 답변은 ‘너를 질투해서 그런 거다’ ‘이런 사람도 겪어 봐야 나중에 병원 가서 선배 간호사들로부터 더 힘든 일도 이겨내지 않겠느냐’는 등 실질적인 해결책과는 거리가 멀었다. 그는 “위로가 아닌 괴롭힘에서 벗어날 돌파구가 필요했는데 ‘힘들다’는 말을 하면 할수록 소문이 나면서 점점 더 괴롭히는 강도가 세지는 악순환이 반복됐다”고 말했다. 괴롭힘 문화를 단지 인력 부족의 문제로 치부하기보다 억압적인 교육 방식 등 보다 근원적인 부분에서 해결책을 찾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강지연 동아대 간호학과 교수는 2016년 쓴 논문 ‘간호사의 직장 내 괴롭힘 경험에 관한 근거이론 연구’에서 “괴롭힘의 중심에는 갈굼이 돼 버린 가르침이 있다”면서 “갈굼을 이겨낸 간호사들조차 전달(교육) 방식에 대한 변화가 필요하다는 데 동의를 한다”고 주장했다. 상황이 이렇자 현직 간호사와 간호대생 300여명은 오는 3일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태움 근절 집회를 열기로 했다.

김헌주 기자 dream@seoul.co.kr

2018-03-01 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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