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석기 ‘플루팅 포인트’로 본 고인류사
예멘과 오만 등 아랍 지역에서 북미 원주민이 사용한 화살촉과 유사한 유적들이 발굴됐다. 아랍 유적은 미국의 것보다 2000년 정도 늦은 7000~8000년 전 신석기시대의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유적이 발견된 예멘의 마냐자흐 지역의 동굴 모습.
미국 오하이오주립대 제공
미국 오하이오주립대 제공
바이러스뿐만 아니라 수많은 물류와 문화 등도 운송수단과 미디어의 발달 덕분에 지구 반대쪽에 있는 나라까지도 빠르게 확산되는 경향이 있다. 지금과 달리 운송수단이 발달하지 않고 미디어라는 것도 없을 때는 한 지역에서 다른 지역으로 문화가 확산될 수 있었을까.
프랑스 국립과학연구센터(CNRS) 고고학연구센터(Inrap), 미국 오하이오주립대 고고학과, 독일 막스플랑크 인류사연구소 공동연구팀은 예멘과 오만 같은 아랍 지역 국가들에서 ‘플루팅 포인트’가 새겨진 화살촉과 창 같은 석기 유물을 발견하고 미국공공과학도서관에서 발행하는 국제학술지 ‘플로스 원’ 8월 6일자에 발표했다.
플루팅 포인트는 북미 원주민들이 돌로 화살촉이나 창을 만들 때 날의 가운데가 불룩하게 올라오도록 해 촉을 날카롭게 만드는 방식으로 최근 아랍 지역에서도 플루팅 포인트 양식을 가진 화살촉과 창이 발견됐다.
프랑스 국립과학연구센터(CNRS) 제공
프랑스 국립과학연구센터(CNRS) 제공
연구자들이 신석기시대 사용했던 것으로 추정된 돌로 된 도구를 이용해 플루팅 포인트를 만드는 실험을 했다.
프랑스 국립과학연구센터(CNRS) 제공
프랑스 국립과학연구센터(CNRS) 제공
이번 연구팀에 따르면 중동 지역에서 발굴된 유물의 플루팅 포인트는 7000~8000년 전에 만들어진 것으로 미국 원주민들의 기술보다는 2000년 정도 늦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 때문에 미국 원주민들 고유의 기술이 멀리 떨어져 있는 중동 지역에서 어떻게 발견됐는지에 대해 관심이 집중됐다.
연구팀은 중동 지역과 북미 지역에서 발견된 플루팅 포인트 유물을 정밀 분석한 결과 북미 지역에서는 화살과 창을 날카롭게 하기 위한 기능성에 초점을 맞췄다면 중동 지역의 플루팅 포인트 유물은 기능성보다는 화려함 같은 미적인 부분과 기술의 정교함을 보여 주는 것이 주목적이었다고 추정했다. 실제로 연구팀은 석기시대 사용됐던 것과 비슷한 형태의 도구를 이용해 중동식과 북미식 플루팅 포인트 창과 화살촉 제작을 시도했다. 그 결과 중동식 플루팅 포인트 화살촉과 창을 만드는 데 훨씬 오랜 시간이 걸린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를 이끈 독일 막스플랑크 인류사연구소의 마이클 페트라글리아 교수는 “중동과 미국이 수천㎞ 떨어져 있다는 지리적 측면에서나 유물의 세부적인 부분을 볼 때 이번 연구는 비슷한 문화나 기술이 다른 지역에서 독자적으로 나타난 대표적인 ‘독립적 발명’의 좋은 사례”라고 설명했다. 페트라글리아 교수는 “비슷한 형태나 기능의 유물이 지리적으로 동떨어진 곳에서 나왔다고 해서 무조건 한 지역에서 다른 지역으로 전파됐다고 설명해서는 안 되는 이유를 보여 주고 있다”고 덧붙였다.
유용하 기자 edmondy@seoul.co.kr
2020-08-06 23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