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콤한 사이언스] 내비게이션 켜놓고도 길 못 찾는 ‘길치’되는 이유 알고보니...

[달콤한 사이언스] 내비게이션 켜놓고도 길 못 찾는 ‘길치’되는 이유 알고보니...

유용하 기자
유용하 기자
입력 2020-09-29 10:18
수정 2021-05-25 14: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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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마 속 치아이랑 영역의 이끼세포, 과립세포가 장소인식에 중요역할
공간감각이 공간기억으로 바뀌지 못하면 ‘길치’ 돼

내비게이션 보고도 길을 못 찾는 이유는?
내비게이션 보고도 길을 못 찾는 이유는? 한 연예프로그램에서 가수 김종민은 내비게이션을 보고도 길을 못 찾는 장면을 연출해 웃음을 줬다. 국내 연구진은 뇌에서 공간감각을 공간기억으로 저장하지 못할 경우 소위 ‘길치’가 된다는 연구결과를 내놨다.

MBC 제공
지난주 ‘놀면 뭐하니’라는 연예프로그램에서 신예 걸그룹 ‘환불원정대’의 매니저로 등장한 가수김종민이 내비게이션을 보고도 길을 제대로 찾지 못하는 장면이 나와 시청자들의 웃음보를 터뜨리게 만들었다.

우리 주변에서도 몇 차례 가본 길이나 장소도 제대로 찾지 못하는 등 공간감각이 다소 떨어지는 이른바 ‘길치’라고 부르는 이들을 종종 만날 수 있다. 이는 공간감각이 공간기억으로 연결되지 못하기 때문인데 국내 연구진이 공간기억을 형성하는 메커니즘을 발견해 주목받고 있다.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뇌과학운영단 연구팀은 기억에 관여하는 뇌 부위인 해마 속에 과립세포, 이끼세포 등이 장소를 학습하는데 핵심적인 역할을 한다고 29일 밝혔다. 이 같은 연구결과는 기초과학 및 공학분야 국제하술지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즈’에 실렸다.

해마는 새로운 장소에 갔을 때 환경과 위치정보를 인식해 학습하고 기억하는 기능을 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 때문에 낯선 공간에 가면 처음에는 익숙하지 않고 특정 장소를 찾아가는데 어려움을 겪지만 이후 익숙해지면 주변 지표들을 일일이 확인하지 않아도 길을 헤메는 일은 줄어들게 된다.

이처럼 장소나 공간에 대해 인식하고 기억하는데 관여하는 세포를 장소세포라고 한다. 장소세포의 존재가 알려지면서 뇌의 공간 탐색과 기억에 대한 많은 연구가 활발하게 이어지고 있다. 그렇지만 여전히 장소세포가 어떻게 변화하고 생성되는지에 대해서는 명확히 밝혀지지 않았다.

이에 연구팀은 생쥐를 공간훈련장치인 트레드밀에서 27일 동안 다양한 환경변화를 주면서 훈련을 시켰다. 훈련을 하는 동안 뇌의 해마 내부 영역인 ‘치아이랑’을 구성하는 뇌세포인 이끼세포와 과립세포 변화를 관찰했다.
지도를 보면서도 길을 못 찾는 길치인 이유는?
지도를 보면서도 길을 못 찾는 길치인 이유는? 국내 연구진이 공간감각을 공간기억으로 연결해주는 뇌신경 메커니즘을 규명했다. 뇌에서 공간감각을 공간기억으로 바꾸지 못하면 길을 제대로 찾지 못하는 흔히 얘기하는 ‘길치’가 된다.

픽사베이 제공
그 결과 해마 속 과립세포와 이끼세포가 다양한 신경네트워크를 통해 장소를 학습하고 기억하게 된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새로운 공간환경에 놓여지면 과립세포와 이끼세포가 사물의 위치나 거리(간격) 정보를 형성하게 되고 이후 공간에 익숙해지면서 사물의 위치, 거리정보를 나타내는 세포들은 사라지고 장소 자체를 기억하는 장소세포가 만들어지고 그 숫자가 늘어난다는 설명이다. 장소정보가 장소 기억으로 전이되는 것이다. 또 이끼세포는 과립세포가 위치정보를 공간의 위치 기억으로 변화시키는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사실을 연구팀은 밝혀내기도 했다.

연구를 주도한 세바스찬 로열 박사는 “이번 연구는 장소, 공간기억에 있어서 해마의 역할을 이해하는데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라며 “기억상실, 알츠하이머, 인지장애 같은 해마 손상과 관련된 뇌질환을 이해하고 치료 예방하는데 도움을 줄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인공지능 기반 신경공학 발전에도 기여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유용하 기자 edmondy@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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