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 넘은 열정에…시작부터 하나된 전 세계

장애 넘은 열정에…시작부터 하나된 전 세계

한재희 기자
입력 2018-03-09 23:12
수정 2018-03-09 23: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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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 오른 열흘간의 ‘인간 승리’ 드라마

한민수 로프 잡고 암벽 오르듯 성화 운반
남북 공동 입장 무산됐지만 끈끈함 과시
휠체어컬링 서순석, 김은정과 최종 점화


한국 선수단 주장 한민수(48·아이스하키)가 달항아리 모양의 성화대를 향해 가파른 슬로프를 오를 땐 거창한 장비가 필요하지 않았다. 성화를 등쪽 보관대에 꽂고 줄 하나를 두 팔로만 잡아 당기며 앞으로 나아갔다. 비장애인에게도 버거운 슬로프를 성큼성큼 내디딜 때마다 관중의 박수 소리가 커졌다. 왼쪽 다리 절단에도 좌절하지 않고 일어선 그의 모습은 평창동계패럴림픽에 출전하는 세계 49개국 570명 선수들을 상징하는 듯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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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선수단(왼쪽 사진)이 9일 강원 평창올림픽 스타디움에서 열린 평창동계패럴림픽 개회식에서 태극기를 들고 마지막인 49번째로 입장하고 있다. 북한 선수단(오른쪽 사진)도 인공기를 흔들며 34번째로 들어서고 있다. 남북 선수단은 한반도기 독도 표기 문제로 개별 입장했다. 가운데 사진은 평창동계올림픽 열풍의 주인공인 ‘안경 선배’ 김은정(여자 컬링)이 밀어주는 휠체어를 타고 성화대에 최종 점화한 뒤 환호하는 휠체어컬링 대표 서순석.  평창 박윤슬 기자 seul@seoul.co.kr
대한민국 선수단(왼쪽 사진)이 9일 강원 평창올림픽 스타디움에서 열린 평창동계패럴림픽 개회식에서 태극기를 들고 마지막인 49번째로 입장하고 있다. 북한 선수단(오른쪽 사진)도 인공기를 흔들며 34번째로 들어서고 있다. 남북 선수단은 한반도기 독도 표기 문제로 개별 입장했다. 가운데 사진은 평창동계올림픽 열풍의 주인공인 ‘안경 선배’ 김은정(여자 컬링)이 밀어주는 휠체어를 타고 성화대에 최종 점화한 뒤 환호하는 휠체어컬링 대표 서순석.
평창 박윤슬 기자 seul@seoul.co.kr
9일 강원 평창군 평창올림픽스타디움에서 열린 평창패럴림픽 개회식에선 장애인과 비장애인을 가르지 않는 무(無)장애 세상이 그려졌다. 비장애인과 장애인이 뒤섞여 무대 중앙을 흥겹게 돌며 하나 된 무대를 버무렸다. 그 위로 세상에 모든 것을 차별 없이 비추는 태양과 달을 상징하는 ‘공존의 구’가 등장하며 무대를 뜨겁게 만들었다. 최종 성화주자로 나선 평창동계올림픽 여자 컬링팀의 주장 김은정(28)과 평창패럴림픽 휠체어 컬링 대표팀의 주장 서순석(46)은 올림픽의 뜨거웠던 열기가 패럴림픽으로도 이어지길 바라는 염원을 담아 불꽃을 둥그런 구에 점화했다.

동계패럴림픽엔 처음 출전하는 북한 선수단은 인공기를 든 기수 김정현(18·장애인 노르딕스키)을 앞세워 전체 선수단 중 34번째로 등장했다. 한반도기에 독도를 그려 넣을지를 둘러싼 이견으로 올림픽과 달리 남북 공동 입장은 무산됐다. 한국 선수단은 신의현(38·장애인 노르딕스키)을 앞세워 맨 마지막인 49번째로 들어섰다. 같이 입장하진 못했지만 남측 최보규(24·장애인 노르딕스키)와 북측 마유철(27·장애인 노르딕스키)이 함께 성화를 들고 무대에 올라 남북의 끈끈함을 뽐냈다.

관중으로 꽉 찼던 올림픽 개회식에 비해 군데군데 빈자리가 엿보였다. 그렇지만 장애의 편견을 깰 선수를 응원하려는 장애인과 비장애인 관중의 열기는 한 달 전에 못지않았다.

가족과 함께 온 안자영(40)씨는 “평창 패럴림픽을 계기로 평소에 미처 관심 두지 못했던 장애인 스포츠, 장애인 인권에 대해 생각해보게 됐다”며 “아이들도 패럴림픽을 보며 장애인에 대한 편견을 없앴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고 말했다. 지체 장애인이자 대한장애인요트협회 사무국장인 이광수(52)씨는 “장애인 선수들이 열악한 환경 속에서도 최선을 다해 훈련한 것을 알기에 ‘참가에 의의를 두고 열심히 해라’고 하기보다는 ‘메달을 꼭 따 성취감을 느끼길 바란다’고 말해 주고 싶다”며 “국민들도 패럴림픽을 마쳐도 비장애인 스포츠를 사랑하듯 장애인 스포츠도 아껴 주면 좋겠다”고 힘주어 말했다.

평창 한재희 기자 jh@seoul.co.kr

평창 박기석 기자 kisukpark@seoul.co.kr
2018-03-10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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