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우디는 증산…미국·캐나다는 오일샌드 등 비전통석유 생산량 줄여
최근 국제유가가 하락세를 벗어나지 못해 중동 산유국 위기론이 불거지고 있지만 중동이 셰일오일을 앞세운 북미에 지구촌 ‘에너지 패권’을 넘길 가능성은 희박하다는 분석이 나왔다.한국석유공사는 20일 중동산 석유가 막대한 생산량과 저렴한 생산 비용, 우수한 생산 효율성으로 저유가 충격을 이겨낼 것이라는 전망을 담은 보고서를 내놓았다.
실제 사우디아라비아는 유가 폭락에도 오히려 하루 10만 배럴을 추가 생산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이와 대조적으로 비전통 석유인 셰일오일·오일샌드의 생산량을 늘려 유가 하락에 일조한 미국·캐나다 등지에서는 유가 폭락의 충격파를 감당하지 못하고 있다. 미국과 캐나다 등은 생산비용 부담이 커진 비전통 석유 생산량을 줄이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 상황이다.
미국 노스다코타주 광물자원부는 최근 세일오일 생산비용이 작년보다 36% 증가함에 따라 주내 3개 카운티에서 5% 이상의 시추기가 가동을 중단했다고 밝혔다. 유가 하락세가 이어지면 10여대 시추기가 추가로 가동을 멈출 전망이다.
국제에너지기구(IEA)에 따르면 캐나다 신규 오일샌드 프로젝트의 25%가 무산 위기에 처했다. 관련 프로젝트의 유가 최저 손익분기점은 배럴당 80달러다.
중동 산유국이 유가 하락에 느긋하게 대처할 수 있는 것은, 생산량에서 압도적인 우위를 점하기 때문이다.
중동은 현재 세계 석유 수출량의 34.7%를 차지하고 있다. 작년 말 사우디의 석유 생산량은 하루 1천152만5천 배럴로 미국 셰일오일 생산량(332만 배럴)의 3.5배에 달한다. 특히 지리·경제적 여건을 감안할 때 석유 수요가 꾸준히 증가하는 아시아태평양 지역에 대량의 원유를 조달 가능한 곳은 중동 산유국뿐이다.
중동산 석유는 생산량만 많은 게 아니라 생산 비용과 효율성에서도 비전통 석유를 가볍게 따돌린다.
중동 산유국의 원유 생산비용은 배럴당 평균 14.9달러로 셰일오일(31.2달러)의 절반 수준이다. 점성이 강하고, 에너지를 대량으로 투입해 복잡한 정제 과정을 거쳐야 하는 오일샌드는 생산비가 80.3달러까지 올라간다.
같은 육상 유전이라도 유전당 원유 매장량이 풍부한 사우디의 생산비용은 배럴당 4.5달러에 불과하지만, 미국은 23.5달러가 소요된다.
또 중동의 전통형 석유·천연가스는 에너지 1을 투입해 100배를 산출할 수 있어 최소한의 비용으로 최대한의 성과를 낸다. 그러나 셰일오일의 에너지 투입·산출 비율은 석탄과 동일한 30배, 오일샌드는 태양광 발전과 동일한 5배라고 보고서는 전했다.
석유공사 관계자는 “2008년 상반기 유가가 급등해 배럴당 100달러를 넘기자 미국의 셰일오일 개발 사업에도 경제성이 생겼다”면서 “유가가 배럴당 18달러에 불과한 1990년대라면 셰일오일 개발은 기술적으로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실제 유가가 급락하자 미국·캐나다의 비전통 석유 사업은 조급해진 반면 사우디는 이 틈을 타 시장 점유율을 확대하기 위해 원유 공급가 인하와 생산량 증가의 ‘쌍끌이’ 전략을 펼치고 나섰다.
사우디 정부는 ‘배럴당 80달러’ 사태에 대비하고 있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알리 알오마이르 쿠웨이트 석유장관은 유가 하한선을 배럴당 76∼77달러로 전망했고, 이란 역시 “유가가 더 내려가도 견딜 수 있다”는 입장을 내놨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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